비, 흐린 후 맑음
18.3km 7시간 32분
저녁 출발 모임장소에서부터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 .
안개가 잔뜩 끼었습니다
이 산악회는 이제 3번째인데 산악회의 회원님들 얼굴이 자주 바뀝니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개인 소개시간을 갖습니다
자기소개는
간단히 닉이나 이름을 대고 산행덕담으로 진행됩니다
앞자리부터 시작해서 뒤로 진행되는데
아는 이름이 들립니다.
아는 산님은 1개 반의 정맥을 같이 한 산님입니다. - 홍원장입니다.
세상이 넓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죄짓고 살지 못합니다
산에 다니는 산님들에게도 그렇습니다
언젠간 산에서 만나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비단 산뿐이겠습니까
사실 키가 작아
뒷자리에서는 앞에서 소개하는 산님들의 얼굴을 볼라치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여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냥 목소리만 듣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이 곳 산님들의 닉과 얼굴이 대비가 잘 안됩니다
잠이 들다 말다하다가 눈을 뜨니 죽암입니다.
여기에서도 어두움 속에 습기가 가득합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버스통로를 지나치는데 홍원장은 잠이 들었습니다
버스는 추풍령 출발점에 이릅니다
배낭을 챙기고
홍원장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사실 1개 반의 정맥을 같이 했어도 얼굴과 이름정도만 아는 편이지
홍원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홍원장뿐만 아니라 그 때 함께했던 많은 산님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1개 반의 정맥에 걸린 시간은 대충 6개월 정도의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격상 많은 사람과 폭넓게 어울리지 못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말을 나누니
홍원장은 오늘 이구간이 1대간 9정맥을 마치는 날입니다
대간 정맥 중에
그 중 짧은 구간에 속하는 이 구간만 남겨놓고
오늘 마침표를 찍는 날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추풍령 들머리에서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어두운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입니다
곧 비가 내릴 모양입니다(02:33)
금산 오름 중에 비가 많이 내려 잠시 대비를 합니다
금산 산마루정상에서 왼쪽으로는
초록색 철망을 바닥에 깔아놓았습니다
금산의 한쪽을 채석하고 한쪽 마룻금은 남겨놓은 것 같습니다.
바위는 잘은 모르지만 화강암류로 보이는군요
절개지 너머로는 잘려나간 바윗덩이처럼 그냥 적막입니다
금산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데
바위를 지지하려는 것인지 쇠 로프가 길을 가로질러
한쪽 나무에 매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많은 만남을 가집니다
어느 것 하나 기억에 남지 않은 만남은 없습니다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당시는 모르지만 그 하나하나는 흐르는 시간 속에
기억의 작은 파편들이 되어 모이고 쌓여
나의 생각의 토대가 되고 나를 이룹니다.
502봉, 470봉, 505봉까지는
거의 한 방향인 동남방향으로 진행하고
505봉에서 거의 90도 왼쪽,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꾼 다음(04:10)
그 북동방향에서 다시 북서방향으로 바뀌는 난함산 오름 도중까지도
구불거리지만 거의 한 방향입니다
505봉을 한참 지나 임도를 만나서 좀더 진행하는데
비가 다시 내립니다
앞서 가시던 분들 가운데 비옷을 벗었다가
다시 꺼내 입느라 지체합니다
동생과는 계속 비옷을 입고 진행했던 터라
선두가 되어 앞으로 나섭니다
몇 발자국 지났는데
기기에서 진행 길이 마룻금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황망히 뒤돌아 마루금에서 벗어난 지점으로 돌아갑니다
그 지점은
길 좋은 사기점고개였습니다(04:32)
많은 헛걸음은 아니지만(150m) 원위치로 돌아와서
이 지점까지 이르지 못한
산님들을 기다렸다가 다시 출발합니다.
사기점고개에서 난함산 오름 도중
방향이 예각으로 꺾이는 산마루까지는
지금까지의 완만한 오름보다는 비알이 급합니다.(05:12)
그리고 방향을 바꾸어 내려가 만나는 곳이 도로인데(05:22)
리본들은 그냥 도로 따라 오른쪽 아래로 향합니다
여기서 원래의 마룻금은 내려온 곳에서 도로 왼쪽으로 약간 올라가
도로 오른편 아래 산줄기로 향해야 하나
그 곳에는 산님들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제 뿌연 새벽이 시작하여 램프를 거둡니다.
내려온 지점에서 도로 따라 오른쪽 아래로 돌아 내려가면
원래의 마룻금에 이르고
그 아래쪽 다시 도로가 돌아가는 그 곳에서
도로 오른쪽 산마루 들머리,
한 무리의 리본들이 펄럭이는 곳에 대장님이 기다립니다
후미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모양입니다(05:31)
거기서 내려가면 조금 전의 그 도로의 연장부를 다시 만나는데
도로 따라 내려가도 여덟마지기(작점)고개에 이르지만
내려가다가 다시 왼쪽 산으로 올라
마룻금으로 잠시 진행하여 내려가면 여덟마지기고개입니다(05:52)
여덟마지기고개 도로 옆에는 작은 정자가 있습니다
김천쪽엔 노인전문병원 건물이 보이는군요.
먼저 도착한 산님들이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홍원장도 먼저 식사를 한 모양입니다
좀 이르지만
아까부터 배가 고팠던지라
여기서 동생들과 아침식사를 한 다음
후미 산님들이 막 도착하는 것을 보고
먼저 자리를 뜹니다
365봉쯤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바꾸고
삼각점 473.7봉에 이르니
나무에 잉크가 번져 얼룩진 무좌굴산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나무에 매어져 있습니다
제일 첫자인 무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06:38)
그리고 진행 중에
마룻금에서 처음 각시붓꽃을 만납니다
갈현을 지나고
작은 움집입니다(07:04)
작은 산마루 왼쪽에는 작은 방석바위가 있습니다
이곳이 기도터바위인지 . .
이제 방향이 바뀌는 687봉까지도 거의 한 방향인데
687봉은 특징이 없습니다(07:43)
하얀 제비꽃이 고개를 숙이고 땅을 쳐다보아
자세히 볼 수가 없군요
그리고 금붓꽃을 만납니다
용문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약간의 바위들을 지나 용문산(716.6m)에 이릅니다
헬기장입니다(07:54~08:02)
한쪽에는 예의 작은 용문산이라는 표석이 일행을 맞습니다
여기서 잠시 머물다가
이제 오늘의 제일 높고 마지막 높은 봉우리인
국수봉(790m)으로 향합니다
국수봉으로의 오름길은
갈현에서 687봉으로의 오름길보다는 수월합니다
국수봉에 도착하니 표석과 안내판이 있는데
국수봉의 이름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어 있습니다(08:56)
웅산, 용문산, 웅이산, 곰산 등
마을 사람들은 웅이산이라고 한다는군요.
국수봉은 김천땅을 지나 경북 상주땅과 충북 영동땅과의
경계부분에 위치합니다
국수봉에서 한 산님에게서 과일을 얻어 들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이제 내려가다가 건너편의 683.5봉 주변 봉들만 오르면
큰재까지 내림길입니다
그런데 683.5봉부터 햇살이 비칩니다(09:19)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마치 새벽이 이제부터인 것 같습니다
마룻금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색이 너무 화려합니다
그것은 수수하고 조용한 화려함입니다
이제 막 어린이들이 처음 학교라는 데를 가서
운동장에 모여 처음 보는 얼굴들과 종알대는 어린이들처럼
순수하고 마알간 초록의 새 순들이 모여
그들 나름대로 한 해를 맞을 준비가 되었다고 종알대는 것처럼
벅찬 화려함이라서
저도 입가에 미소짓습니다 . . .
큰재에 내려와서(10:05)
홍원장과의 얘기 가운데에
그는 1대간 9정맥뿐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들을 많이 섭렵했습니다
일본 북알프스, 키나발루, 매킨리, 네팔, 아콩카과에 이르기까지
두루 . .
오늘 홍원장과 처음이자 길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당시 한 6개월 동안 나는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봅니다.
어떤 불편함도 주고받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말문이 오늘에사 좀 늦게 트인 점은 좀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좋은 만남이란
어떤 만남도 다 그렇겠지만
상대방에게 무엇을 도와줄지를 걱정하는 만남이
모두를 위해서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해서
좋은 만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계산적인진 모르지만
결국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결국엔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이거든요.
마치 부메랑처럼. .
그런 좋은 만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만남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만남 중엔
내가 잘못한 것을 의식할 수도 있고
내가 잘못한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잘못한 것을 의식한 것이사
다행스럽게도 사죄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것은 무의식 속의 버릇 같은 것이라서
무슨 잘못이고 용서고간에 생각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어렵긴 하지만
버릇은 고치면 되듯이
누구든지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면
상처받은 자가 먼저 용서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
보다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나도 얼마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내가 느끼지 못하는 나의 잘못된 버릇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많은 산들과
보다 높은 산들을 많은 산님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만남은
어디서든지
오늘 진행하는 마룻금에서라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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