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무박산행 하기위해 사당가는 늦은 전철역 안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 물건을 팔 것 같지 않은,
세련된 옷차림의 아주머님이 일자리를 탓하며 핫브레이크같은 쵸코바를 팔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 아주머님은 누구한테라도 다가가서 ‘ 누구도 저를 써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나왔어요. 하나
만 팔아주세요. 제 옆에 와서는 교태가 흐르는 웃음을 지으면서 아저씨 하나만 팔아주세요. 데이트 한번
어떠세요.’
저는 그냥 지나쳤는데 그 아주머니에게서 전해지는 점잖은 향기가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고,
그녀의 행동이 무작위 사람들을 시험하는 것 같이 생각되었으며 설정처럼 보여서 물건을 팔아주지 못했
어요. 그 아주머님이 전하는 말들이 진정이었다면 내 눈은 아직 내용과 형식을 구별 못하고, 사실의 진정
성을 의심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앞에 다가서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죽암에서 일기예보와 달리 빗방울이 떨어졌었는데 큰재에 도착해서는 괜찮은 날씨입니다. 캄캄한 길은
다시 구 인성초등학교 옆을 지나 저만치 앞서갑니다.(02:24)
오늘은 지난번 들꽃들의 모습으로 보아, 어느 정도나 피었는지 들꽃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출발합니
다. 지나면서 작은 애기나리들이 꽃을 피운 게 보입니다. 그래서 뒤에 오시는 분에게 얘기했더니 초등학
교 옆에서부터 은방울꽃에 둥굴레꽃, 은대난초 등을 보았다는군요. 도착해서 알았는데 재희씹니다.
출발해서 25분여를 지나 우리가 지나는 길은 작은 계곡의 물길을 건너고 있습니다(03:00). 여기서 실제
로는 왼쪽 산으로 올라 돌아가야 하나 지형상 그 비알의 경사로 인해 그리로 향하지 못하고 임도를 따라
작은 계곡을 가로질러 다음의 작은 고개 이정표 있는 곳에 이릅니다(이정표-회룡목장 120m). 진작 애기
나리를 보았지만 이정표 이후에는 둥굴레꽃, 좁쌀같이 붙어있는 은방울꽃, 그리고 이제 꽃이 막 올라오
는 은난초 혹은 은대난초에 이르기까지 들꽃들이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둥글레를 제외하고는 완전한
모습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첫 이정표 부근의 지형이 고도 400정도이고 거의 300대의 고도가 평지같아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회룡
재(03:42)를 지나고 개터재에서 다리쉼을 합니다.(04:13~04:20). 개터재에서 서서히 고도를 올렸다가 윗
왕실재 부근에서 잠시 숨을 죽이고 윗왕실재에서 백학산까지 대략 3km여의 거리를 240여m의 고도를 올
립니다. 비알이 완만합니다.
윗왕실재(05:25) 오는 도중 날은 다 밝았고 많은 은방울꽃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백학산 오름중에는
사량도에서 본 쇠물푸레나무 몇 그루가 하얀 잎을 살랑입니다. 날씨는 맑지 않고 그냥 뿌옇습니다.
백학산 정상에서(06:23) 도시락을 펼칩니다(06:28~06:50)
임도에 이르고(07:07), 동산 저수지 상부 계곡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07:50), 출발하여 사과밭을 지나
면 아스팔트 도로인 개머리재에 이릅니다(08:08)
개머리재에서 지기재에 이르기까지 선유동 마을 부근 일부가 고도 400을 나타내고 대부분 200~300의
완만한 지역입니다. 선유동 부근에서 지기재로 내려가면서 갈증이 심해 지기재에 혹여 상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발걸음을 빨리하나 기다려주는 상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지기재도 아스팔트 도로
이군요.(08:48)
여기서 길따라 오르면 지기재 마을 입구인데 마룻금은 마을 입구에서 전방에 보이는 마을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 샛길로 들어 시계 반대방향으로 마을을 감싸듯 돌아가면 곧 산으로 향하게 되지요. 마을
입구에 리본이 하나 보이긴 하나 원래 마룻금과는 떨어져 있고 산 아래로 향하는 도중에 리본이 없어
약간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산을 올라 내려서면 전방이 훤히 트이는 벌판인데 여기서 시멘트 농로로 내려선 다음 시멘트
길이 안내하는 대로 오른쪽으로 향하여 진행합니다(08:58). 시멘트 농로에서 북쪽으로 180여m 2분여
를 진행하면 리본이 오른쪽 산으로 안내합니다. 그러니까 금은골 가기 전에 오른쪽 산으로 들고 이제
부터 마룻금은 금은골을 왼쪽으로 두고 오르게 되는데 조금 오르면 ‘백두대간 종주산행’에 슬랩이라고
표시된 부분에 이릅니다.(09:07). 바위의 색이 지나온 바위와는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신의터재까지도 고도 200~300m대의 완만한 3km여의 거리인데, 1시간여에 걸쳐 도착합니다
(10:14). 큰재에서 출발하여 보았던 들꽃들을 신의터재 부근에서 다시 만나리라 기대했는데 군락을 이
루지 않은 것은 아마도 토질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저는 무덤가에 핀 조개나물만 확
인했지만, 재희님과 우일신님은 이 마지막 구간에서도 몇몇의 은방울꽃을 포함한 들꽃들을 확인하
셨습니다. 21.7km 7시간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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