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한강기맥

03 장곡현 - 구목령

낙동 2007. 12. 14. 23:42

한강기맥 3 (장곡현-구목령)

 

2003. 11. 29~30(토,일)

걸은시간-20시간 30분

(당일09:00∼익일 05:30-어프로치, 산행, 휴식 포함)

비, 흐림

혼자

 

06:15 동서울터미널 4번 홈(속초행)

07:00 양평

07:10 용문

07:22 용두리

07:30 양덕원

07:45∼08:00 홍천터미널(7,000원)

08:00 홍천 출발 (버스를 갈아탐-홍천터미널 1번 홈)

08:36∼08:45 서석

09:00 생곡 삼생초교앞

 

09:35 생곡. 판관교, 삼덕원, 소원사

11:35∼11:45 장곡현 삼거리

15:15 구목령

17:30 산죽지대

18:30∼익일 01:30 혼돈의 시간

02:30 구목령 아래 임도

05:30 생곡 삼생초교앞

 

 

 

지도-봉평, 청일 1/50,000,

국토지리정보원사이트 제공 1/25,000

 

gps, 배낭 33리터, 나침반, 아이젠, 스팻츠, 랜턴  

식사 1끼, 햄버거 2, 작은 펫트물병 2, 파우어에이드 1,

기타 간식  

 

카메라, 구급약 1, 1회용 우의, 스틱 2,

여분 건전지 (2A, 3A 상당수)

 

방수상의, 여름방풍상의, 겨울방풍protect, 고어상의,

상의 내복, 모자. 긴바지 장갑 2,

 

 

 

 

승차하니,

기사님이 달이 바뀌기 전만 하더라도 산행손님들이 많았었는데 . . . 하시며 혼잣말을 하신다.

 

홍천 가는 버스를 타니 기억이 새롭다.

군생활을 이 부근에서 한 예전의 기억 때문이다

 

휴가 후 귀대 길에  

비포장 먼짓길을 달려온 버스가 양덕원에서 내려주면 비포장 시골길을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부대에 도착했었다

그리고 산마치는 아침구보 반환점이었다.

 

그 많은 훈련중에 완전군장을 갖추고 좌운리를 거쳐 용두리 못미쳐 산을 넘어 주변 마을을 한바퀴 돌아 부대로 돌아오는 코스를 24시간에 걷는 백리훈련도 있었다.

 

교육사단이라 훈련은 이보다 더한 것도 많았다.

기억의 시간여행은 이렇게 자주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오늘 산행은 gps를 배운 다음의 첫 번째 혼자산행이다. 홍천 서석부터 gps를 켜 목적지에 내릴 준비를 한다. gps에서 보여주는 대로 하차하니 지난번 하산한 마을이 아니다(09:00)

 

목적지는 판관교가 있는 다음 버스 정거장이었다.

gps좌표를 잘못 입력한 때문이다.

 

도로를 걸어 다음 정거장에 이른다.(09:35)

 

한강 2구간을 장곡현에서 내려와 만난 이 마을에서 오르는 고개 오름길은 현실에서 자주 올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후에 만나게 되는 시간여행의 한 곳을 차지할 것이다

 

오름길에 비가 내려 배낭에 옷을 입히고 나도 방수옷을 걸친다. 예보는 12시경까지는 비가 내리고 이후는 갠다는 보도를 보았다.

오르는 길엔 낙엽송의 잎들이 바닥을 덮었다.

 

 

 

 

 

 

 

 

 

오르는 임도에는 화강암으로 구성된 부분이 있어,

풍화되어 떨어져 나온 굵은 모래들이 바닥을 깔고 있는 부분도 있고,

화강암이 아니지 싶은 또 다른 어떤 곳은

잔류되어 있는 바위들이 흙 속에서 자유로워져 길 위에 널부러진 곳도 있으며,

얼마 안 있어 굴러 떨어질 위험한 부분도 있다

 

 

장곡현(11:35)

 

gps에 입력시킬 때,

두 방법을 비교할 목적으로 좌표를 입력하여 좌표 file이 두 가지다

(보다 자세하게 입력한 것으로 생각한 자료를 잘못 입력시키는 바람에

결국 비교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 . .)

 

입력시킨 방법 중의 한 가지는

지리원 도면(img file)을 대략 20~30도면조각을 조각모음하여  

프린트샵 혹은 포샵에서 .jpg 혹은 .bmp 파일 하나로 한 다음

지도의 위경도선을 수직 및 수평으로 각도보정 후

위경도가 만나는 좌표(TOKYO좌표)를 WGS84좌표로 변환하여

.map file을 만드는 과정(map matching)을 거쳐

진행할 트랙이나 특별한 지점(waypoint)을 관련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기기에 입력시키는 방법이었으며

 

두 번째는 과정은 위와 같지만

freeware인 알맵에서 제공하는 좌표를 읽은 다음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에 그 좌표를 입력하여 맵매칭 과정을 거쳐

파일을 만든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알맵의 좌표는 WGS84로 변환된 지도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gps를 켜니 트랙에서 대략 50m의 위경도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기기에서 스케일을 보다 작게 고치면

트랙위에서 걷고 있는 나를 gps 화면에서 볼 수 있다.

 

가끔 가다가 국토지리정보원사이트에서 복사해온 1/25,000 도면과

내 위치를 비교할 뿐이다

예전 같았으면 1/50,000 도면에서 준비해온 방향과

고도를 비교하면서 내 위치를 파악했을텐데,

그만큼 번거로움이 없어졌으며 나는 트랙 위를 걷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gps에서는 현재 트랙이 작게 나오므로

도면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현재 나의 위치를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은 도면에 신경도 쓰지 않고 걷기만 한다.

 

가랑비와 함께 주위를 감싼 개스는 오전 중에 시계 50여m였었는데

갈수록 점점 걷히더니 저 멀리 남쪽에는 해님이 나왔으며

오른쪽 생곡 쪽에도 부분적이나마 해님이 나왔다 들어간다.

 

마치 이른 봄같은 날씨다

이런 날씨에 쓸데없는 옷하며, 아이젠을 가져온 무게에 대해 후회도 한다.

 

흐린 날

어디를 둘러보아도 동일한 가을색이 남아 있을 뿐이다.

다만 도시에서 보는 갈색에 비해 약간 묽다는 것과

간혹 소나무들의 푸른빛이 도는 것 외에는

그냥 가을이 아직 이 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목령 가는 도중에 식사를 하고(12:30~12:40)

조금 진행후

영춘기맥의 표시가 있는 박성태님의 리본을 만난다

이외에 또 다른 분의 영춘기맥의 표지리본을 만난다.

 

 

구목령 가기 전 조망바위에서 조금 내려가면 여러 산님들의 표지리본을 볼 수 있다.

밤도깨비, 에버그린, 높은산, 산거지, 뜸북이 등

여기서 리본들 사진을 찍고 그냥 직진하여 헛발질을 한다.

 

한참 가다가 무엔가 이상하여 gps를 보니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

괜히 리본을 붙인 것이 아니었는데 . .

 

올라와 보니 이곳은 가던 길에서 예각으로 꺽인 것을 돌아와서야 알았다.

 

 

구목령.(15:15)

 

왼쪽으로 철문이 보인다.

지난번에 여기까지 왔어야 했는데 . . .

 

오늘은 먼드래재에 이르기까지 어프로치를 포함해서 15~17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왔다.  

 

만일 어제 저녁에 비가 오지 않았으면 야간산행을 한 다음 훤할 때 끝낼

예정이었으나 어제 집을 나서는데 비가 어찌나 오는지

그냥 꼬리를 내리고 말았었다.

 

이제 산죽을 만날 차례인 것을 선답자들의 산행기로 알고 있다

키큰산죽은 거의 내키만하던지 크던지 한다.

산죽사이로 숨은 길을 발로 더듬어 진행하다 길을 놓쳤다

여기서 산죽과 한 30분 정도 싸움을 하고서야 다음 길로 들어섰다.(17:30)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이제 어둑해서 랜턴을 켠다.

조금 진행하는데 빗물에 젖은 낙엽으로 인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개스가 심하여 코앞 밖에 보이지 않는다.

 

PR랜턴은 밝기는 한데 빗물에 젖은 낙엽들을 반사시켜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구형 PE랜턴으로 바꾼다

PE랜턴은 약간 어두우나 길 찾는 데는 더 나은 것 같다.

 

내림 길인데 진행 길을 놓쳤다.

gps에서 가리키는 방향은 틀림없는데 길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도 내려가 보는데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나와 후퇴한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으므로 발을 함부로 내딛을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가

이렇게 밤을 지새울 수 있을까

예보에서 들은 대로 날씨는 그렇게 차가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후 차가움은 손으로부터 느껴진다

젖은 장갑으로 인해 점점 손이 시려 새 장갑으로 바꾼다.

 

또한 젖은 상의 내복에 방수잠바만 입은 상태로는 추위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위에서부터 점점 차가움이 전해온다.

기온이 더 내려갔다면 이렇게 사고가 나는구나 생각하니 섬뜩하다

 

그래서 있는 옷을 다 꺼내서 입는다

아침에는 무게에 대해 후회했었는데  . . .

 

이젠 허기도 진다.

햄버거를 꺼냈으나 한입 물고는 먹을 수가 없어 도로 집어넣는다.

 

먼드래재에는 12시에서 1시까지 아들에게 오라고 한 상태인데

이렇게 길을 찾지 못할 바에야 구목령으로 차라리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돌아가기로 생각을 바꾼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 찾기도 만만치 않다

여기서부터 키큰산죽까지 몇 번은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구목령으로 내려간다고 한 것이 도로 먼드래재 진행방향이다

그리고 시간개념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집에 와서 안일이지만 예상한 지점보다 나는 훨씬 많은 거리를 진행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나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다만 gps에서 그려진 트랙의 형상과 고도를 보고

진행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다

 

도면에서 그려진 트랙은 거의 직선상태이나

스케일을 크게 하면 구불구불한 형태인데 이것의 형상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비슷한 고도에서는 찾아내기가 애매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비가 와서 도면을 보는 일도 쉽지 않고 안경에도, gps에도

물기가 머금어 닦아내는 일도 장난이 아니다.

 

gps기기에는 왔다 갔다 한 부분이 점점 짙은 색으로 바뀐다.

이젠 길 찾는 일도 피곤하고 졸려서 나무에 기댄다

 

나무에서 졸고 난 다음, 다시 한번 길을 찾기로 한다.

현재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도면은 참고가 되지 않고

gps상에서의 트랙방향을 다시 정치시켜 보는 일이 최선이다

어찌어찌 키큰산죽 있는 곳으로 길을 접어들었다.

키큰산죽에서도 한발 한발 그리고 천천히 발을 딛는다.

 

어떻게 나왔는지 구목령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으나 . .

내려오면서 길이 이상해서 gps를 보니 왼쪽 능선을 타고 있다

 

평면상 무려 800여m나 내려왔으나 경사거리는 이보다는 더 길 것이다.

이제는 왼쪽 허벅지도 이상이 있어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에 잘게 부서진 작은 돌들이 경사 급한 산등성이에 쌓여있어

미끄럼 타듯이 내려간다.

제발 잡목만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려온 골짜기 끝, 바로 앞에 수구가 보인다

그러면 사람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얘기구나

그 위로 길이 지나가고 있다.

구목령에서 내려온 임도를 이렇게 만났다.(02:30)

 

이 골짜기에서는 전화도 불통이라 연락도 되지 않아

걷고, 졸면서 내려와 도로변에 이르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05:30)

 

내려오면서 기둥을 멀리서 보면 사람의 형상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가까이 가면 환영이었다

 

도로에서는 다행히 통화가 되었으며

덩달아 뜬눈으로 지샌 녀석이 아침까지 내려오지 않으면 신고를 해야겠다고 . .

앞으로는 산행경로가 있는 지도를 하나 남겨두라고 . . .

 

그러나 이번 구간은 기억 속에서 자주 꺼내볼 수 있는 구간이 되었다.

 

이글을 쓰는 오늘 공룡의 사고산행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