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백두대간

32 대청봉(한계령-대청-마등령-비선대 (08.01.20))

낙동 2008. 1. 21. 22:05

2008년 1월 20일(일)

 

11시간 20km(한계령-소공원)

후미 13시간

 

 

  이번 구간은 개인적으로 힘든 구간이었어요. 한쪽 발 뒤의 굳은살이 갈라진 상태였으며, 도중에 희운각 넘어 다시 묶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신발 끈도 잘 묶이지 않은 채로 산행을 하다보니 몸에 균형이 잡히지 않아 한쪽

무릎이 이상해져서 조심조심 진행을 했고, 덕분에 전체적으로 지난 번 산행보다  힘든 산행이 되었어요.

 

 우리가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3시가 안된 시점이었는데, 한계령에서 설악으로 드는 계단 들머리는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어요. 가능하면 빨리 출발하는 것이 서울로의 회귀에 여유가 있으므로 초소직원에게 부탁드리기로 했어요. 공단 아저씨는 계단에서 대략 수직고 20여m 위 초소에 계셨는데, 우일신님이랑 둘이 초소로 올라가 문을 좀 일찍 열어줄 것을 부탁드렸지요.


  비선대까지 갈 예정인데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후에 눈이 올 예정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대설을 피하기 위해서 좀 일찍 출발해야겠다. 등등. . 초소의 아저씨는 한눈에도 후덕하고 점잖은 인상이었어요. 3시 좀 넘어 상황을 보아 내려갈테니 안전사고에 대비한 장비를 갖추고 대기하라고 하는군요.  


  한계삼거리까지는 가본 적이 있지만 그 이후는 처음이고, 더욱이 대청봉과의 대면은 처음이라서 좀 설레는 맘으로 발을 옮겼지요. 아이젠과 스패츠의 무장은 모든 산님들이 출발하기 전에 완료한 상태이구요. 초소 위 네온 시간은 3시 07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한계령에서 오름 길은 생각보다 경사가 급하더군요. 하지만 서쪽에서 불어야 할 바람이 잠잠했어요.


  겨울철의 추위가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점점 사라진다고 하며, 소나무도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고 앞으로는 근처 산에서도 보기가 힘들지 모른다고 하니 지구인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대처가 내 코 앞에 닥쳐야 정신이 번쩍 드는 내 습관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어찌되었든 산행의 날씨는 바람이 불지 않아 좋은 날씨이지만 한쪽에 걸려있는 둥근 달이 구름과 구름사이를 숨바꼭질하다가 사라져서 일출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았고 실제 그랬어요.

      

  끝청까지 오름길중 오른쪽 터진 곳에서는 땀을 식혀줄 정도의 샛바람이 간간히 불어왔지요. 끝청 바로 전이던가요. 꺽지대장이 대청에 먼저 갈 사람들이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해 주었지요. 백두와 바이클과 셋이서 오름짓을 하는데 둘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요. 특히 바이클의 주력은 대단하더군요. 바퀴를 움직이던 다리 힘이 어디 가겠습니까.


  안개 사이로 중청산장의 불빛이 저 아래 보이는군요. 바이클, 백두, 적토마님과 함께 대청엘 다녀오기로 합니다. 15분 정도라는데 왜 이리 힘든지. . . 드디어 대청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반대쪽에서는 오색에서 올라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오색에서 여기까지 4시간 정도 걸렸다는군요. 우리 도착시간이 7시 정도이니 시간이 거의 비슷하게 걸렸지요. 증명사진을 찍고 내려옵니다.


  대청 오름 중에 백두님이 얘기했던 출입금지구역인 희운각방향 대간 마룻금은 언뜻 발자국이 보이는 것도 같지만 그냥 소청 쪽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출입금지구역은 아래 그림처럼 희운각 도중의 암릉 때문인 것 같은데 마룻금으로 향하는 산님들도 많이 있는 것을 산행기를 통해서 알았어요.

 

 

  산장 식당에는 많은 산님들이 식사중이라서 자리잡기가 만만치 않아요. 빈 자리가 나자말자 한쪽 자리 잡고 얼른 아침을 뚝딱하고 백두님과 희운각으로 출발합니다. 중청 쪽에도 시설물이 있어 허릿금으로 돌아가고, 봉정암, 백담사 갈림길을 지나서 희운각 내림길은 된비알에 끝도 없이 내리꽂는 것 같군요.


 희운각산장 앞마당에서 다리쉼을 하고는 다시 출발이에요. 백두님, 안토니아님, 산골물님과 함께 출발하지만 이내 뒤떨어지고 말아요. 뒤에서 오시는 적토마님, 저녁놀님도 앞서나갑니다. 드디어 공룡에 들어서는데 처음
부터 쇠줄을 잡고 오르는 급경사 비알을 낑낑대면서 올라갑니다.


  공룡은 등의 날카로움 때문에 허리를 잡고 도는 것 같아요. 등짝으로 진행해야 지름길인데 주름진 허리로 돌아가니 오르내림의 힘듬이 만만치 않군요. 풍화받아 기묘해진 화강암덩이들에 더해 멋진 소나무들 위로 지나가는 안개는 한 장의 수묵화에요. 이들로 인하여 발걸음을 멈추었다 뒤돌아보다 하면서 진행하지만 비알이 급한 내림길에서는 본의아니게 머리를 땅에 처박기도 하고, 미끄러져 궁뎅이미끄럼도 탑니다.          



  도중에 새물내님, 향기님을 만나지요. 이 분들도 저보다는 주력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따라가느라 혼이 납니다. 두 번째 쇠줄 바위에 올라오는 산님이 처음 오신 젠이님인데 도중에 한번 얼굴을 내밀고 금강굴 바로 위에서 만났어요. 이 분은 공룡을 거의 혼자 지났지요.


  새물내님은 사과에 과일에 많은 짐을 지고 다니는군요. 덕분에 허기진 배를 많이 채웠어요. 저는 그렇게 많은 짐을 지고는 멀리 못갑니다. 좀 미안하긴 하지요. 얻어먹기만 하니. .


  공룡의 하나의 허릿금은 대략 600~700m 정도 되는 것 같더군요. 신선대, 천화대를 우회하고, 대략 나한봉이겠거니 했는데 나한봉을 우회했는지 나한봉도 어딘지 모르겠고 백담사 갈림길에 와서야 여기가 여기구나를 알겠더군요.

 

  백담사갈림길에서 마등령 오름길에 비선대에서 출발하신 산님들을 만났는데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다고 하는군요. 설악은 어디에서 오르던지 4시간은 잡아야 능선에 이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마등령표지판에서는 왼쪽은 미시령 가는 길, 직진 철사다리쪽이 비선대에요. 이정표에 의하면 비선대 까지는 3.5km라고 표시되어 있어요.


  이곳을 지난 적이 있는 새물내님과 향기님은 예전에 흙길보다 눈길 걷기가 낫다고 하는군요. 내린 눈이 자갈들을 덮어서 그렇겠지요. 마등령 이정표에서 허릿금으로 지나고 처음 만나는 비선대로 향하 는 능선까지는 허릿금으로 돌고 돌아 대략 2km, 1시간 정도를 걸어야 하지요. 이 능선까지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내림길로 가다가 다시 오름길로 지나는 구간이 몇 군데 있어요.


  처음 만난 능선에서 조금 내려가면 전방에 바위를 만나는데 그 바위 전 왼쪽으로 내려간 발자국이 있군요. 그런데 gps기기의 트랙은 직진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바위를 올라 지나가보니 많은 발자국들이 전방으로 이어져 있어요. 바위구간에만 발자국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우리 산님들 중에 몇 분은 아마도 바위 바로 전 왼쪽 내림 길로 내려갔는데, 이 길이 다행히 비선대 아래쪽 도로와 만나서 다행이었지만 이 진행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발자국의 흔적을 한번 따라가 보는 것이 순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됩니다.

 

기도

 


 금강굴 바로 위에서 홀로산꾼과 만나는데 이분도 중청산장에서 1박하고 여기까지 4시간 정도 걸렸
다는군요. 그 분은 금강굴로 올라가고 저는 다리를 아끼느라 그냥 내려갑니다. 그리곤 비선대에요.

 


 새물내님의 말에 의하면 비선대 다리를 건너면서 보이는 왼쪽절벽은 적벽이라는군요. 비선대 있는 곳에서 소공원 매표소까지 3km 거리에요. 마등령에서 매표소 주차장까지 2시간 걸렸어요. 이곳에는 권금성으로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보이고 지나는 사람들 중에 하는 말들 가운데는 중국말도 들리는군요. 도로변 한쪽 어떤 가게 앞에서 한 분이 눈덩이로 외설조각을 만들고 있어요. 그놈 참 실하게도 생겼지요.

 

 

  이 주차장에는 산행버스가 오질 못하고 4km 정도 떨어진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어요. 이곳 소공원 주차장에서 그곳까지는 버스로 대략 4정거장 되는데 1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합니다.


  c주차장 전 도로변 식당에는 먼저 내려오신 산님들이 한쪽에서 식사를 거의 끝내는 중이에요. 나중에 내려온 산님들과 식사를 하면서 나온 얘기인데, 향기님은 이제 미시령구간만 남았다는군요. 농으로 사진 하나 얻어 와서 끝났다고 하라고 했더니 하는 말. ‘그건 나와의 약속이에요’ 


 후미와 함께한 자연애님 수고 많았습니다. 식사를 함께 못해 미안한 마음이에요. 후미에 오신 산님들도 조금만 지나면 거의 같은 속도가 될 것 같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날들 되시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