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12. 16
언젠가 티비에서 어떤 의사선생님이 나오셔서
산님들에게 한 이야기에요
아마 산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부분인 무릎에 관한 것인데
다녀와서 샤워를 할 때 온탕 냉탕 중에
어느 것을 먼저 사용할까 하는 겁니다
답은 냉탕입니다. 탕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에도
열이 난 무릎을 찬물로 식히는 거지요
진고개의 원래 지형의 들머리는
고개에서 평창쪽으로 약간 내려가 위치하지만
도로를 내면서 절개지가 생긴 덕분에
지금 들머리는 강릉쪽으로 약간 가다가 왼쪽에 위치합니다
어렵게 생각했던 이 구간을 지난 것은
우리를 어렵게 했던 눈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우리를 어렵게 했던 어떤 문제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점이 있는 것 처럼 보이는군요
동대산(1433.5m)으로의 오름은 기대보다는 완만하군요
지형상으로는 등고선이 촘촘해서 꽤 힘들 것이란
예상을 했었는데
이런 예상의 반전은 일단은 몸이 편하니
기분은 좋지요
전망그림의 비로봉, 상왕봉이
어두움에 묻혀있지만 어렴풋이 비로봉이 저기쯤이구나 생각되는군요
그리곤 완만한 오르내림의 연속이구요
뒤를 보면 황병산이 어두움 속에서 빛을 발하구요
오늘 4조를 선두로 앞세운 판단은 잘한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의 선두였지만
세상은 아마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덕분에 아침을 들 때까지
그리고 끝날 때까지도
선두와 후미의 시간, 거리가 그렇게 크게 차이나지 않았어요
지형상 신선목이까지는 내림길이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 완만한 지형 속에
1421 1410 1406 1330 1296봉들이 있어요
1296봉과 1242봉 사이에 차돌바위가 있구요
차돌이라는 것은 색이 하얀 돌들의 집합
즉 바위인데
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처음부터 차돌로 생긴 것도 있지만
모래질 입자들을 근원으로 하는 것도 있답니다
모래질 입자들이 많은 열과 압력을 받아서
그렇게 변했다지요
삼각점 1261.8봉 부근에는 지형이 완만하여
길 찾기가 좀 그랬지요
산에서 비가 오거나 안개 끼거나 오늘처럼 눈 덮인 날엔
이렇게 펑퍼짐한 지형은 헛걸음을 유도하지요
다행히 선답자의 길 흔적을 찾게 되어 쉬이 갔어요
앞쪽에서는 우리가 진행하고자 눈 덮인 길을
작은 짐승들이 안내하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 아마도
산길은 사람 이전에 바람과 짐승들의 길인지도 몰라요
그들이 우리보다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지내니까요
신선목이에서 두로봉 이전의 봉우리인
1383봉으로의 오름은 대략 260여m의 고도차인데
힘이 들었어요
신선목이에서부터 하늘뫼님이 앞장섰어요
그 뒤로 조은산, 카시오페아님이 따랐고요
1383봉과 두로봉 사이에 만나는 왼쪽 갈림길은
두로령과 상왕봉, 비로봉으로 연결된 한강기맥이에요
오늘도 별들의 반짝거림이 예전이나 비슷하군요
한강기맥 첫 구간은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첫 번째 구간을 넷상에서 알던 산님들과 함께 했는데
그 중에는 넷상에서 서먹서먹한 사이이던
산님도 있었어요
우리는 넷상에서 혹은 세상에서
전혀 모르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잘 이루어지는 만남도 있지만
그 가운데는 오해도 있을 수 있고
서로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거에요
서로에 대한 그런 잘못된 생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동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두로봉의 기억을 잠시 떠올렸구요
공터같은 두로봉에서는 가운델 치고 내려갔는데
내려가서 보니
처음부터 두로봉 아래 가로막은 나무들의 왼쪽으로 길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내려가다가 결국 왼쪽으로 붙어서 길을 찾았잖아요
내림길은 된비알이었고
저 앞에는 어슴프레한 아침을 여는
방화선같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산길이 내려다 보이구요
두로봉(41421.9m)에서 신배령을 거쳐 삼각점 1210봉까지도
많은 봉우리들이 있지요
1300 1234 1230봉들이구요
두로봉에서 신배령(1195m), 1211, 1092봉을 거쳐
삼각점 1210봉까지는 거의 북쪽으로 진행을 하고
거기서 마룻금은 방향을 직각 왼쪽으로 꺾게 되는데
선답자들은 삼각점 1210봉을 오르지 않고
1210봉과 1270봉 사이 잘록허리부분까지
허릿금을 왼쪽으로 비스듬히 가로질러 힘을 절약했더군요
삼각점 1210봉에서
1280봉까지는 지그재그로 서북쪽으로 갔다가
약수산 구룡령은
오던 길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남서쪽으로 진행하잖아요
날씨가 추우니 지도도 꺼내지 않고 진행하는데
만월봉(1279) 이전부터 해주, 새물내, 라스트, 골퍼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라스트님과 골퍼님은 날씨도 추운데
남는 것이 사진이라고
사진에 정성을 쏟습니다
그런데 라스트님은 지형을 읽는 눈이
다른 산님보다 앞서는 것 같아요
아마도 이 부근을 자주와 본 경험도 그렇겠지만
산행이력 때문으로 보아야겠지요
만월봉 이전에 앞으로의 산길을 직선으로 생각하고
응복산을 응복산줄기(양양지맥)의 어디일거라고 했는데
만월봉 내림길에 보니 라스트님의 말대로
그것이 응복산이었어요
응복산인줄 모르고 그것을 배경으로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결국 그게 응복산이었어요
잘 된 거지요
만월봉에서 내려온 안부에서 응복산까지는 대략
150여m의 오름이에요
응복산에서는 설악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있어요
라스트님이 이런 구경하기 힘들다고
거저라면서 셔터를 많이 누르기를 권합니다
골퍼님과 새물내님도 기억을 담습니다
응복산 내림길에 반대편에서 오시는
산님 한분을 만납니다
구룡령에 차를 대고
구룡령에서 여기까지 대략 2시간정도 걸렸으며
내면 어디로 떨어진다는군요
응복산에서 내려간 안부에서부터
라스트님이 바람처럼 사라졌어요
저도 따라가지만 끝까지 못만났어요
바람을 따른다는게 쉽지는 않군요
그래서 선두와 후미가 자유자재인지
다음에는 자연애님을 좀 쉬게 하고 후미대장 어때요
1281봉 삼각점 1126봉을 쉬이 지나서
1261봉으로의 오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부에서 180여m 오름 비알이 급해요
도중에 나대장님이 다리쉼을 하고 있군요
이 1261봉이 수치지형도에는 아무 표시가 없고
1126봉이 마늘봉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아마도 지형도가 잘못된 것 같고
1261봉이 그 형상으로 보나 마늘봉이 맞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1280봉을 찍고 왼쪽으로 턴하지요
이제 산길은 구룡령으로 향하는 마지막 방향으로 고정 됩니다
도중에 바람이 자는 산마루 양지에서
생각 난 식사를 듭니다
시간이 12시 정도 되었어요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아침에 밥통의 뚜껑이 얼어서
열리질 않는거에요
그래서 국만 먹었는데
다시 용을 쓰면서 시도해서 간신히 열었어요
김치만의 반찬인데도 꿀맛이에요
시장이 반찬 맞죠
맞습니다. 맞고요
이때 새물내, 골퍼, 나대장님이 앞서갑니다
약수산 내림 안부에서 혼자 치구 나왔지요
약수산 초입 어느 정도는 된비알이에요
멀리서 봉우리가 단순하지 않더니
약수산의 봉우리들은 그 모양처럼
오르내림의 연속이에요
약수산에서 내려간 안부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는데
골퍼님이 오는군요
여기서부터 비알 급한 구룡령까지
골퍼님과 동행입니다
내려오니 잠시 버스가 보이질 않았는데
골퍼, 새물내, 해주, 한지희님과 함께 해뜰날님이 주신 도라지술
잘 들었습니다
긴 산행이었어요
쉽지 않은 구간이란 것을 알고는 갔지만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더욱이 많은 눈은 아니지만 눈까지 내렸으니 더했던 것 같지요
금년 대간동행 고마웠습니다
좋은 꿈들 가지시고 새해에 뵙지요
우리는 각자 많은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생활 가운데 있습니다
대간을 완주하는 것이 우리의 꿈 중의 하나라면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구요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하는 동행이라는 것은
생활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은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구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필요라는 말로 대신한다면
가전제품 같아서 그것은 좀 삭막한 것 같고
그냥 무엇을 서로에게 바라지 않으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되는 그런 거요
여자화장실은 잘 모르지만
남자화장실에 가서 많이 보는 글귀 중에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얘기 있잖아요
속되게 다르게 표현하면
“있을 때 잘해”라는 얘기와 같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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