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수도권의산

북한산 둘레길(구름정원길, 마실길, 내시묘역길)

낙동 2014. 5. 11. 04:43

 

5월 10일 맑음(흙의 날)

 

 

10.6km 5시간 14분 (1출발지)

8km 3시간 44분 (2출발지) (식사시간 1시간 포함)

 

 

JGI님, UIR님, DB님, KRZ님, YBRB님, HRJA님, HM님, LILHG님.

ESS님, US님, CC님, JNE님, EGSJ님, 이솔.

 

 

 

1.

불광역 1번 출구에는 벌써 산님들이 도착해 있다.

 

HM님, RJA님, LIRHG님, US님, JNE님, DB님, EG님과 함께

구름정원길로 향한다.

 

 

년 중 이렇게 맑은 날은 며칠이나 될까.

 

 

구름정원길의 들머리는 북한산생태공원이다.

북한산래미안아파트를 왼쪽으로 두고 길 따라 간다.

곧 불광사에 이르고, 나무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오르내린다.

 

 

북한산 허릿금에 만들어진 구름정원길 초입은 나무계단의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처음 산행에 나서는 분들에겐 금방 지치기 쉬운 길이기도 하다.

 

 

은근님과 거의 앞서 나가는데

오늘 처음 뵙는 US님, JNE님 두 분 다 몸이 가볍다.

 

그 외 HJN의 닉을 개명하신 DB님도, HM님도, HRJA님도,

LIFHG님도 쳐지지 않는다.

 

 

주렁주렁 늘어뜨린 아카시아 꽃들의 향기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앞이 툭 터져 안산과 봉산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단체사진을 찍다.

EG님에 의하면 봉산의 오른쪽 끝이 서오능이라고 한다.

 

 

이제 봄이 깊었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이다.

 

 

그렇게 불광중학교에 이르렀다.

불광중에 약속시간 15분 전에 도착해서 산님들이 도착할 때까지 다리쉼을 한다.

그리고

모두 도착하여 길을 나선다.

 

 

불광중학교를 지나서 아스팔트 길을 따르다가 왼쪽 산으로 들어

넓은 공터에서 각자 소개를 하고 점심을 든다

 

 

 

2.

HM님의 골뱅이 무침, LILHG님의 열무비빔밥을 배가 터지게 먹었다.

EG님은 여기까지 양푼에 무나물무침을, HRJA님도 나물들을

YBRB님은 청국장도 준비해왔다.

비빔밥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웰빙 음식이다

카페의 평균연령의 중심을 확 깍아버린 막내가

어머님이 보내주신 오리지널 참기름에 열무를 쓱삭하고 비비니

맛갈나는 음식이 뚝딱하고 만들어졌다.

신나게 들었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3 그릇이나 비웠다

 

調和라는 말은 빙 둘러앉아 말을 나누며 밥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빙 둘러앉아서 즐겁게 말과 밥을 나누기는 쉬울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간단하고 쉽지 않은 일이다.

산행은 거지놀음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리를 깔고 깔깔거리며 거지놀음이 완성되었다.

 

 

3.

그렇게 실행은 잘 못하지만~

“어떤 일에 일관성이 있다”라는 말이 좋다.

일관성이라는 것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초심을 유지하는 일 아닌가

누구나 불리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런 상황에서 초심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싱글들은 평생 부부들에 비해 일관성이 부족한 면이 있다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늬만 부부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나는 임의의 부부가 어떤 고초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건 간에,

함께 살아가는 부부들을 존경한다.

특히 연말 학교 망년회 때 부부동반해서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그들의 속내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존경심까지 든다.

 

 

지난 주에는

10시 이전에 눈이 감기는 내가

평소엔 잘보지도 않던 프로인 힐링캠프를 작정하고 보았다

타이틀이 “눈을 감고 희망을 보다”이던가

 

 

는 눈을 볼 수 없게된다는 판정을 받고는

싱글들도 문을 닫을 때 겪었던 과정

---패닉, 자기부정, 분노, 수용--을 솔직하게 풀어나갔다.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것은 자기에게 닥칠 불행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라고.

사망선고를 받은 사형수의 기분이었단다

 

 

그 긴 절망의 문을 닫게 한 사람이 그의 와이프였다.

그녀도 왜 이혼을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그녀도 뇌종양판정을 받았으면서

마치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그 언니에게 먼저 사랑의 손을 내밀 듯,

남편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 때

마지막으로 세상 구경을 하고 오라고 권했단다.

 

 

세상 아름다운 풍경과 가장 친한 사람들을

눈이 닫히기 전에 새겨 간직하길 권했다.

 

절망에 빠져있던 이동우는

여기서 아내에게 마음을 열고 자기를 받아들이고

희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둘이 얼마나 울었단다

 

 

또한 그는 이후 트라이애슬론도 완주했다.

그의 매니저의 권유를 받았을 때 그는 모 그런걸 하냐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의 매니저는 머뭇대는 그에게.

“완주하지 못하면 어때. 도중에 포기해도 괜찮아~“

 

 

우리 모두는 완성된 것, 성공하는 것만 최고로 여기며 살아간다.

어쩌면 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는데 . . .

 

 

완주하기 전에 생각하기를

만약 완주를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

와이프와 가족일 줄 알았었는데~~

막상 완주한 후에 생각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가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준 주위 이웃들이었다고 한다.

 

 

누구나 혼자서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따뜻한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것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동우 뒤에는 먼저 손을 내밀었던 와이프가 있었고

매니저가 있었다.

그의 마지막 소원인 딸 지우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5.

불광중학교 이후의 산길은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진관생태다리에서 시작하는

마실길의 진관사 입구에는 화장실이 있다.

길을 나서는데 주욱 쭉 뻗은 은행나무인가가 시원하다.

 

 

내시묘역길에 들어서서는

거의 평지와 같은 둘레길을 타박타박 걸어

산성매표소 바로 전 그늘에서 다리쉼을 하고는

조금 더 걸어 산행을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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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님들 덕분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좋은 날들 이어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