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낙동정맥(천의봉->)

5 검마산(한티재 - 창수령(자라목이))

낙동 2008. 3. 14. 22:42

 

 

 

낙동정맥 5 (한티재-자라목이)

2005. 06.05~06 

대략 47km

21시간 40분 (17:12~익일 14:52) 

혼자 

맑음

먹을 것 : 작은 펫트물병 4병(2ℓ). 미수가루 2병(1.2ℓ). 누룽지 2끼(마트에서 판매), 도마도 4, 쵸코릿, 사탕 

 

입은 것 : 한겹방풍상의 , 한겹방수상의, 반팔티, 긴팔티(이후 착용), 긴바지, 스타킹, 양말, 모자, 머리띠수건, 무릎보호대, 수건

 

기   타 : gps기기 2 (마젤란 스포트랙맵, 가민 이트렉스 레젠드), 1/25,000 국토지리정보원사이트 지도, 헤드랜턴 3, 스틱 2, 건전지 다수, 간이나침반, 카메라, 파우더, 바이오프리즈(무릎겔), 피부연고.

 

동서울터미널-수비(5 시간 20분)

 

  어제는 사람이 너무 많고 승차해보았자 시간적으로 수비로 들어갈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갔던 터미널엔 안동(무정차)행과 안동(무정차)경유 영양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운이 좋게도 영양행 버스에 오른다(10:40). 그러나 연휴 중간 날이라서 중부에서 곤지암까지와, 영동고속도로가 막혀 기사님은 일죽-제천-중앙고속도로-서안동-안동-영양 노선을 택하나 계획시간보다 40여분이 늦게 안동에 도착한다(14:30).

 

  들에는 모내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연둣빛 어린 모들이 초록의 숲과 잘 어울리는데 영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낙동강은 가뭄으로 저수고가 많이 내려갔다. 

 

  영양에 도착하니 수비행 버스가 10분 있다 출발(15:40)이라서 배를 굶고 수비로 향하고, 수비에서 점심 겸 저녁식사로 두 공기를 비운다. 한티재 오름길에 현대주유소에서 낙동을 진행중인 거인산악회원 한 분을 처음 뵙고 인사 나누고

 

 

한티재-덕재( 12.4 km,  4 시간-17:10~21:07 )

 

   한티재다. 직진 길을 따르다 오른쪽으로 붙은 표지리본이 이끄는 대로 들어선다. 해는 일몰이 멀었으며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적당하다. 조금 오르면 나무의자가 반긴다. 세 번째 만나는 의자는 갈림길 왼쪽에서 보초를 서며 진행을 막고 있다.

 

  좀 더 진행하여 우천 마을에서 계곡으로 연결되어 만나는 정맥은 밭으로 되었다. 영양군에서 만든 작은 손바닥만한 안내판들의 색들이 세월에 바래져 무엇이라고 쓰여져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운치 나는 쉼터인 추령이다. 나무와 짚으로 만들어져서 그럴까. 쉼터의 지붕이 하늘을 보여준다. 어쩌면 약간 불완전한 것이 더 운치와 가까울지도 모를 일이다. 배낭을 내려놓고 다리쉼을 한다.

 

 

 

 

잠시 가천리 쪽에서 대구 스타렉스가 지나더니 다시 돌아와 태워줄까나 하고 물어보길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 . 정맥으로 향한다. 복 받으소서 . .

 

  멀리 일월산과 가까운 마을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랜턴을 머리에 달고 그렇게 경사가 심하지 않은 길은 덕재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덕재에서 짐을 벗고 첫 번째 식사를 하고 등산화 끈을 정리한다. 오늘이 그믐인지 별님들이 대신한다. 밝기가 달님보다야 못하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그리고 이렇게 찬란한 별들을 언제 또 볼 수 있으랴.

 

  덕재 이전부터 어두움 속에서 보이기 시작한 하얗고 뭉쳐 피어있는 하얀 꽃들이 복스럽다. 민백미꽃이라고 불리는 이 꽃들은 창수령(자라목이)까지 동행을 한다. 이들은 잎이 둥글둥글하고 꽃잎은 서글서글하니 하얀색 5장으로 되어 있는데 어떤 것은 별모양으로 또 어떤 것은 둥근 배꽃 형태다.

 

  창수령까지 계속해서 보이는 또 다른 들꽃으로는 노랗게 주렁주렁 달린 노랑갈퀴이고 이 외에 백선, 꽃정향나무, 꽃마리, 함박꽃나무, 큰앵초, 산괴불주머니 등인데 이번 구간에서의 백미도 역시 황장목이 도열해 있는 나무숲이다.

 

 

 

                    민백미꽃

 

 

 

검마산휴양림 갈림길에 이르고 거기서부터 검마산 이전 헬기장에 이르기까지의 비알이 덕재에 이르기까지보다는 된 것 같으나 오를만하다. 이 곳은 원래의 바위들이 잘게 부서져 길상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내림 길에는 둥근 자갈들을 특히 조심해야 할 듯한데 한남 문수산 오름, 내림 길과 비슷한 돌들인 것처럼 보인다.

 

  헬기장 이전 바위 부분에서 내 발자국에 지레 놀란 짐승이 요란하게 움직이며 소리를 내어 나도 놀란다. 검마산 정상에는 이정표라고 만들어 놓았는데 검마산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족한다.(23:56)

 

졸립다. 

 

  검마산에서 주봉으로 향하다 헛걸음을 한다. 두 갈래 길을 만나는데 무심코 왼쪽으로 들어 대략 30여분을 허비한다.

 

  헛걸음을 한 곳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었는데 얼마 안가서 커다란 바위를 만나고 길은 보다 작은 바위들로 얼기설기 있는 사이 왼쪽 아래로 연결되며, 길은 정맥처럼 반질반질하지 않는데 처음에는 아래로 향하여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정맥으로 원위치 하다가 바위로 인해 우회하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고, 여기부터는 일반인이 접근하지 않는 곳이므로 그러려니 하고 다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돌아갈 생각이 없이 한없이 내려가고 gps기기에서 한참 등로를 벗어난 것을 보고서야 정맥으로 돌아간다.

 

  정맥이 아닌 그 왼쪽 길에도 표지 리본이 붙어 있었는데 아마도 검마산을 중심하여 원점회귀하는 분들이 달아 놓은 듯이 생각된다. 덕분에 활짝 핀 함박꽃나무, 큰앵초와 아직도 피어있는 산괴불주머니를 여기서 만난다. 

 

  원위치하여 갈림길에 이르고 좋은 길로 접어드니 그때사 정맥의 리본들이 보인다. 정맥은 검마산에서 진행하여 만나는 길림길에서 오른쪽이다. 

 

 

주봉에서 내려오다가 앞 쪽 길 가운데 나와 같은 방향으로 기어가는 짐승을 만나는데 펑퍼짐한 등은(가로x세로 15x20cm) 쥐색에 가깝고 땅에 거의 붙어서 긴다기보다 속도감 없이 미끄러져 간다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아마도 새끼인 듯 싶은데 괜히 아는 체 하는 것보다 피해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길 왼쪽으로 돌아간다.

 (나중에 “산은”님께 물어보니 오소리일 거라고..)

 

  주봉에서 차단기가 있는 임도에 이르는 동안에도 내 발자국에 놀란 길섶의 짐승이 부리나케 이동하는 소리가 한차례 더 들린다. 나도 놀랐지만 곤히 잠든 짐승들을 깨우는구나 싶다.

 

  차단기 임도에서 두 번째 식사를 한다.(02:03)

  당초에는 이곳의 밤이 추울까봐 무거운 상의를 챙겼다가 무게 때문에 놓고 왔는데 놓고 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차갑지는 않다. 날씨가 많이 도와준다.

 

  이제부터는 거의 이 구간의 절반에 해당되는 백암산 갈림길까지 운행이다. . 운행이라기보다 졸면서 걷는다는 표현이 나을 것 같다.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최근에 설치한 삼각점 봉우리에 오르면서 보이는 뚫린 하늘에 펼쳐진 별들이 미소짓게 한다. 뚫린 하늘은 삼각점을 다시 설치하면서 주위 나무를 많이 정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릎보호대가 젖어 오금과 가랑이에 파우더를, 무릎에는 바이오프리즈를 바르고 등산화 끈을 다시 조인다

 

  백암산 갈림길이다.

  젖은 무릎보호대가 살을 건드려 상처를 만들 것 같아 벗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파우더와 크림을 바르고 정맥으로 향한다. 백암산 아래쪽에서 모르는 짐승이 컹컹대며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소리를 지른다. 해님이 나오려면 한 시간은 족히 있어야 될 듯싶다.

 

백암산 갈림길-쉰섬재 (11.7 km,  6 시간 35 분- 04:06~10:41)

 

 

 

여기서 내려가면서 또 헛걸음이다. 두 번째 랜턴 빛이 거의 바닥날 정도였고 별들이 거의 사라진 즈음 갈림길의 오른쪽 길의 리본이 먼저 눈에 들어와 그리로 향했는데 내려가다가 gps기기에 표시되는 길이 원래 길과는 달라서 다시 낑낑대면서 올라 길을 찾는다.

 

  비록 10여분의 헛걸음이지만 이런 길은 괜히 손해보는 것 같아 오를 때 더욱 힘이 든다. 정맥은 내림 갈림길에서 왼쪽이다.

 

 

안부에서 오르면 만나는 봉우리에서는 정면에 길이 없어 약간 오른쪽 아래로 우회하여 돌아서 직진한다. 주위에는 정맥으로 생각되는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으므로 주의 깊게 전방의 길을 찾아야겠다. 이 곳은 정맥일까싶게 부근 산세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날등으로 진행해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이어서 임도에 도착한다. 임도의 가장자리에서 한숨을 잘까하고 누웠는데 파리들의 성화에 10여분 눈을 붙이고 일어난다.

 

  다시 출발하여 나무에 병이 묶여있는 식수삼거리를 지나고(05:52) 날등을 가는데 전방에 산꾼 한분이 식사중이시다. 배낭이 장난이 아니다. 주고받는 몇 마디에 익산에서 오셨고 홀대모 회원이시고, 대간을 끝내고 낙동 종주중인 “산은”님이다. 어제 저녁에는 식수를 찾으러 계곡으로 내려가 야영을 하고 오늘 아침 1시간 걸려 정맥으로 올라오셨다.

 

   저 배낭으로 어떻게 나와 비슷한 주력을 낼 수 있을까. 부럽기만 하다. 건네주는 오렌지를 달게 들고 . . 

 

  윗삼승령이다. 안내판의 시간계산으로는 여기서 창수령까지는 6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잠시 뒤에 쳐졌었는데 거의 빈 몸인 내가 산은님을 따라가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산은님이 747봉이라고 알려준 곳이 나중에 보니 삼승바위 위 굴바위봉이었다. 아랫삼승령에서 식사를 들고 다시 출발이다. 부근의 붉은 소나무들이 푸른 하늘과 멋지게 어울린다.

쉰섬재 부근까지 산은님과 동행하고 이후로는 혼자 진행한다

 

 

쉰섬재-창수령(자라목이) ( 10 km, 4 시간 10 분-10:41~14:51)

 

어디나 재라고 이름 붙은 곳이사 양쪽에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나 이곳 여러 재에 이르려면 무거운 발자국과 시간의 기다림으로 넘는다. 쉰섬재, 저시재, 옷재 중에 어떤 곳은 코를 땅에 처박고 오르는 곳도 있다.

 

  편한 산행을 하려고 산에 오는 것은 아니나 이럴 때는 비알이 좀 완만해졌으면 싶다. 다행인 것은 그 봉우리 산마루부근에는 산딸기가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은 익지 않아 잘 떨어지지도 않고 시큼한 맛을 내지만 간혹 익은 것은 먹을 만하다. 서낭당재까지 그렇게 진행한다.   

 

  서낭당재 이후로는 이제까지의 어려움을을 보상이라도 하듯 여기까지 보다는 걷기 좋은 길로 바뀐다. 하지만 어떤 내림 길은 비알이 급하여 반대편에서 오를 때는 숨이 턱에 닿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가파른 곳도 있다.

 

 

 

길은 돌고 돌아 독경산 아래에 이른다. 독경산을 오르면서 마지막에 땀깨나 흘린다. 거의 다 올라서는 비알도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그 뒤에 독경산보다 높은 봉우리 하나가 또 기다리고 있다. 그 봉우리에서 한 10여분 내려가야 창수령이다.

 

  독경산처럼 산행 마지막에 힘든 지점은 쉽게 잊어버리기도 어려울 것이다. 

 

창수령(자라목이)에서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길 오른쪽에 자라목쉼터를 만난다. 여기서 gps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는 회원 한분을 만난다. 이 분은 낙동정맥의 임도를 동호회에서 바이크로 주행중이다.

 

  영해에서 15시 40분 발 영양행 버스가 출발 후 30여분이면 이곳에 닿으므로 창수령(자라목이)이나 이 곳 쉼터에서 16시 정도에 만날 수 있다. 쉼터 앞 도로를 건너 냇가에서 대충 씻지만 절고 절은 땀 냄새가 어디로 가랴. 쥔장이 배낭을 쉼터에서 좀 내 달라고 부탁한다.  

  쉼터에서 기다려 영해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16:10), 영양에서 안동행 버스를 탔는데 졸다가 얼떨결에 진보에서 내렸다. 진보에서 조금 기다려 동서울행 무정차(안동경유) 버스로(17:50) 내려온 길을 역으로 향한다.

(동서울 21: 40)

낙동 관련지도는

http://home.paran.com/janghy2/(장휴식 산행 이야기-자료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이곳 관련교통, 숙박 등은

okmountain -카페-홀대모-산행기-“산은” 외 여러분의 산행기를 참고바랍니다

 

 

 

 

 

 

 

                   백선

 

                   꽃정향나무

 

 

 

붙임

 

 

  지난 답운치 구간 이후 한남정맥 종주 중이었으며, 몸 상태도 그렇고 시간도 나지 않았지만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항상 마음속에 담고 살았지요. 물론 한티재→백암산→온정마을, 창수령→백암산→온정마을 혹은 한티재→온정마을, 온정마을→창수령을 각 1구간씩으로 해도 가능합니다.

 

최근 시간적인 여유가 되어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구간의 장거리 산행을 위해서 처음엔 야영을 생각하여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배낭, 침낭, 텐트 등을 꾸려 청계산엘 몇 번 올랐었어요. 그런데 내 체력으로는 준비한 짐이 무거워 감당이 되질 않았습니다.  

 

  청계산 일주하는데 4~5시간정도 걸리는데 너무 무거웠지요. 그래서 무박 2일을 선택했고, 최소한의 짐을 준비하기로 했지요. 하이드로를 준비해서 청계산엘 갔었는데 편리하기는 하나 배낭 속에 있으므로 어느 정도 남았는지 짐작이 되질 않았으며 4~5시간 운행에 물 2ℓ를 바닥냈었어요.       

 

  그래서 이번 구간을 대략 4구간(대략 10여km/1구간)으로 나누어서 한 구간마다 먹을 최소한의 정량을 정하고 준비하여 짐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물 4병(500㎖/1병), 도마도 4개, 누룽지 2끼를 4부분으로 나누어 준비했구요, 미숫가루를 탄 물은 2병을 준비했습니다. 야간산행이므로 주간에 비해 물이 덜 소요될 것으로 생각했지요. 하지만 산님마다 체질이 다르니 이것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그렇습니다. 

 

지난번 답운치-한티재에서 허벅지쓸림으로 고생을 해서 팬티를 삼각으로 바꾸었으며 파우더와 피부연고를 준비했는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무릎관절에 바르는 연고는 바이오프리즈라고 하고 그것을 바르면 시원한데 예전 치악산 종주 중 베리야님의 소개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어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좋은 날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