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두타 청옥산(댓재-두타산-청옥산-백복령 (07.09.02))
25_1 댓재 - 이기령
07. 09. 02
산행 전날 일기예보는
한때 비였다가, 한 두 차례 비로 바뀌더니
사당가기 바로 전에는 흐리고 비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는
2시간의비, 4시간의 비
그리고 계속내리는 비로 바뀌었다는 말이랍니다.
휴게소에서와 마찬가지로 댓재에서도
비는 하염없이 내리는군요.
울적한 이에게 내리는 비는
그 대신 울어주어 고마울 수 있지만
우리같은 종주자들에게는 야속하고 야속합니다.
글쎄 지난번의 별님은 꽁꽁 숨어 어디로 가신걸까요.
하지만 이런 산행도 스스로 즐거운 마음이 없고서야
어찌 목표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속을 볼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속내를 한겹 두겹 접어
안그런 척 무표정하게 멀쩡한 양
비 내리는 어두움 가운데의
댓재 산신각 쪽으로 발길을 내딛습니다.
후미에요.
햇댓등 갈림길엔 바닥에 작은 표석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거기서 방향을 바꾸어 어두운 내림 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면
도상의 명주목이라는 곳인데
박달령 쪽으로의 산길이 막혀있다는 안내 플랭카드가 걸려있군요.
이렇게 비가 오실 때는 스스로 행동을 제약합니다
제약한다기보다 행동을 자라목처럼 오무리지요.
gps기기를 보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걷는 것도
모든 게 귀찮아서 자기 몸을 게으름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습니다.
설마 저만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러면서 최소한의 몸짓으로 행동을 이어가지요.
어두움 속에 통골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곧 목통령을 지납니다
두타산이에요
추워서 걷기 싫지만
춥지 않으려고 걷습니다.
싫은 것을 자꾸 싫다하면 포기하게 되지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는 것인지도 몰라요.
떠나려는데
어느 분이 아직 후미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두타산 전봉우리인 1243봉은
마룻금상에 위치하지만 오른쪽으로 우회길도 있어요
아마도 제가 우회 길로 들어서서 후미산님보다 먼저 도착한 것 같아요
기다렸다가
스스로 제일 후미라는 분과 만나서 함께 출발합니다
지설사랑입니다
다시 춥습니다.
이제는 탈출의 그림자가 머리에 자꾸 어른거립니다
지팡이를 챙기지 않아 더욱 힘들고
평소보다 발과 그것을 딛는 곳을 더욱 조심합니다
산사람이 1156봉에서 우의를 펼쳐 나뭇가지에 매달고
그 아래에서 식사준비를 합니다
우의를 나무에 연결하는 끈을 장비점에서 구입했다는군요
간단하고 편리하고도 아주 유용한 끈처럼 보입니다.
그곳에서 먼저 식사를 끝낸 풍류객이 출발하길래
몇 명이 탈출할지도 모른다고 전합니다
산사람의 버너에, 소주 한잔에 몸을 녹이면서
꼽사리 끼어 한 숟가락 합니다
가을국화, 지설사랑, 도깨비, 또 한분, 산사람, 마니또
산사람은 자기 사전에 탈출이라는 글자가 없다는군요
생각해보면 산행 중에 길을 잘못 들었던 몇 개의 정맥에서
탈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 사전엔 탈출이라는 글자가 있는거지요.
비가 와서 추워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출발 전에 예정했던 시간 안에 경유지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나침반만 갖고 다닐 때 헛걸음(소위 알바)이라도 있었을라치면
아예 탈출해버리고 다시 시작한거지요
식식 속으로 혼자 화를 풀면서요.
기기 다루기 이후는 큰 헛걸음은 없었지만
gps 기기의 정보는 고지식해서
원래 마룻금이지만 일반 산님들 가는 우회길은 무시해버리지요
사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뭐 보러갈 때와 올 때 다르다고 하더니
식사를 들기 전과 들고 난 다음에도
마음이 바뀌는군요
아까보다 몸이 따뜻해졌거든요
가볼 때까지 가보자고 마음을 돌립니다
청옥산에서 e푸른숲과 도깨비와 헤어지고는
인원파악 중에
지설사랑이 보이질 않아
혹시 청옥산에서 탈출했나 싶었는데 나중에 만나
후미에서도 청옥산에서 탈출한 산님은 없었습니다
드문드문 로마병정이 투구를 쓴 모양의 투구꽃이 피었습니다.
늦여름 혹은 초가을에 피는 이 꽃은
예전엔 사약 만드는 재료였다지요.
연칠성령, 망군봉을 지나고
바위로 이루어진 고적대 오름길에 눈부신 구절초, 쑥부쟁이들
가을국화님의 동무들이 벌써 나왔어요
이 높은 곳은 가을입니다
고적대 부근은 경치가 끝내준다는데
바위에 그려진 사람얼굴은 어딜 갔을까
함께하는 NALA가 도상의 예상시간을 계산합니다
갈미봉까지는 50분 이기령까지는 1시간 ??
갈미봉까지 아마도
NALA의 예상시간과 비슷하게 걸린 것 같습니다
1150봉을 지난 다음 1142봉은 봉우리로 향하지 않고
허릿금으로 돌아갑니다
봉우리를 돌아가도 한참을 돌아갑니다
갈미봉에서 내려가는 도중 무릎이 아프고 허벅지가 아프군요
길섶에서 지팡이 대용 나무지팡이를 준비합니다
아마도 지팡이 없이 진행하는
우중 산행거리의 한계가 다다른 것 같아요
그렇게 허릿금을 돌아 마룻금을 만나는데
이미 도랑이 된 마룻금에서 물길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기령 전 간이의자가 널려있는 곳 옆에는
바위틈으로 물이 흐릅니다
아저씨님이 가리켜 주신 물 보충지점인데
산님들에게 많은 위안이 되겠는데요
하지만 오늘은 가져온 물에 자주 손이 가지 않습니다
젖은 몸에, 배낭에 손을 쓰기가 싫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기령 부근
마룻금이 온통 물바다에요
앞에 한 산님이 새로 보이는군요
우리산입니다
우리가 식사를 막 시작하려고 할 때 출발했는데
오늘은 생각보다 천천히 가는군요
이 때 혁대가 끊어집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진행합니다
저 앞에 가을국화, 지설사랑, 우리산이 멈춰있군요
산사람과 마니또 NALA는 백복령으로
가을국화, 지설사랑, 우리산과 함께
여기 이기령에서 산행을 접습니다
손폰을 들고 통화하는 모습은
나름 그리고 대부분 필요에 의한 통화이겠으나
통화자가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고 하더군요
속을 보이지도 볼 수도 없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누구나 외로운 부분이 있는지도 몰라요
나름 홀로 산행의 묘미가 있겠으나
함께 산행의 좋은 점은
다른 산님과의 소통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그래서 우리는 함께하는 간식을 준비하고
술에 반찬을 준비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혼자는 약하거든요
약한 나에게 위로와 도움을 건네는 이는
바로 대간친구들일 거에요
장정님 탈출로입니다.
넷에서 트랙자료를 얻었어요.
제가 탈출한 곳은 탈출로가 하 멀어 이 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무릎 빨리 나으셔서 함께하는 산행을 기대합니다.
25_2 백복령 - 이기령
07. 09. 09(일)
10.1km 4시간 50분(백복령-이기령)
임계 가는 길
주말의 영동고속도로는 붐비지 않습니다.
네비는 임계가는 길을 진부에서 정선을 거쳐 가라하지만
횡계 IC에서 나와 구 대관령길로 오르고 내려
구산 IC에서 남쪽으로 국도 35번을 타고 삽당령을 지나
임계에 이릅니다
임계에 들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모텔 노블리스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주말이라 그런지 이 산골짜기에도 빈방이 거의 없다고 하면서
주인장은 방 하나를 건네줍니다.
자리에 민감한 아들 녀석은 옆에서 코고는 소리에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투덜대는군요(05:00)
국을 데워 아침을 들고
작은 고개를 두 개 넘고서야 백복령에 다다릅니다
대간의 새벽은 제법 날씨가 썰렁하군요
백복령 간이음식점 옆에 주차를 하고
계단 길 마룻금으로 오릅니다.(06:26)
처음 만나는 의자가 놓인 전망대에서
까치발을 드니 자병산 채석장이 보이는군요
하늘엔 구름이 많이 끼었지만
드문드문 푸른 가을을 보여줍니다
대체로 완만한 오름길 중에
1020봉을 오르는데 약간 힘이 들지만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에요
1020봉 헬기장에서 쉬어가는데(08:39)
동해시에 거주하시는 한 분이 올라옵니다
머루랑 다래를 만나러 온 이 분은
오늘 사원터로 내려간다고 하는군요
아침 5시 45분에 동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시내에서 6시 50분 경에 승차하여
7시 경에 백복령에 이르고 출발하셨는데
우리보다 걸음이 30분 정도 빠릅니다
원방재 내림길 도중에 왼쪽으로 바위 전망대에서
진행할 곳을 쳐다보니
전방에 상월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기서 내려가면 원방재인데(09:28)
지난 번 탈출했던 임도가 10여m 오른쪽으로 보이는군요
임도로 내려가보니
도중 바위전망대에서 앞서갔던 동해 아저씨는
임도 오른쪽 저 멀리 계곡에서 다리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계곡에서 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상월산을 향해 약간 힘든 오름짓을 합니다
산이 오랜만인 아들 녀석은 좀 힘들어 하면서도
잘 따라오는군요
상월산 오름길 동해쪽 낭떠러지 너머
깊은 숲 햇볕 뒤로 바람이 지나갑니다
상월산에는 바람이 거셉니다(10:50)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마룻금을 조망합니다
다시 안부로 내려 건너편 헬기장엘 오르니 햇빛이 눈부시군요
대간 바람이 햇볕의 뜨거움을 식혀줍니다
헬기장에서 내려가면 이기령입니다(11:07)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삼화동으로 출발합니다
대간 왼쪽 내림길로 내려가면 처음에 계곡을 만납니다(11:23)
물은 흐르지만 얕아서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 수월하게 건넙니다
그리곤 건너편 산의 허릿금을 왼쪽으로 진행하고
앞쪽으로 보이던 그 산을 오른쪽으로 두고
시계방향으로 돌아 너덜길 두어 군데를 지나 내려가면
강아지들이 떼로 모여있는 가옥에 이르는데(관로동)
주인장이 마당에서 일을 하시는군요(11:50)
인사를 드리고
집 아래 나무에 매어있는 큰 눈의 송아지와 인사 나눈 뒤
편안한 흙길을 지납니다
오른쪽 무릉계곡 쪽으로 저 멀리
자병산보다 규모가 큰 채석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곤 사이렌이 울리더니 땅을 흔드는 굉음이
사람을 놀래킵니다
채석장의 발파소리였어요.
다시 가옥들이 몇 채 있는 곳에 이르는데
이 곳이 이기동입니다(12:10)
삼화동 마을 홈페이지에는
두타산이 머리에 해당하고
여기 이기동(귀터)이 귀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기동부터는 내림길을 시멘트로 포장했는데
경사 급한 내림길은 지그재그로 돌아갑니다
도로변의 고추가 가을을 깊게 만듭니다.
빠른 물살이 아우성치는 오른쪽 계곡의 시냇물을 끼고
평지에 이르면
이제 평화롭지만 뜨거운 시멘트 포장길이 기다립니다
이기동에서 1km 18분 정도 내려가
마을 뒤에서 내려오는 봉고를 얻어타고
삼화동 큰길(무릉계곡으로 향한 큰길)로 내려가는데
만약 걸어 내려갔더라면
아마도 족히 1시간은 더 걸었을 성 싶습니다
봉고를 타고 무려 4. 8km를 달려왔어요.(12:38)
백복령 동해시 갈림 삼거리에서 신호등을 건너
기다리다가
백복령으로 향하시는 아주머님 차를 얻어타는데
오늘 댓재-백복령을 하시는
우일신님 와이프세요.
세상 좁지요.
백복령 아래 쉼터
지난 번 식사했던 11호에서 식사를 들고
아주머님과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중에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기 위해서
정선 나전삼거리에서 진부 IC로 향하는데
복구중인 길에서는 복구구간 양쪽에 신호등을 설치해
한쪽이 지나는 동안 기다리다가 교행하였으며
고속도로도 둔내터널 부근이 병목으로(3차로->2차로)
부분적으로 밀렸어요.
춘천을 들렀다가 집으로 가는 도중이니
차라리 정선-평창-횡성 국도를 이용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았습니다
2.7km 1시간 (이기령-이기동)
6.0km (이기동-백복령 동해시 삼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