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도솔봉(죽령-도솔봉-묘적봉-저수재 (08.03.16))
죽령 - 저수재 |
2008.03.16(맑음) 19km 9시간 10분
1/25,000 죽령, 석묘, 동노
죽령 02:40 1183 03:50 1286 04:17 삼형제봉 04:50 도솔봉 05:40 헛걸음 05:40~·06:05 도솔봉 동봉 06:05 첫째계단 06:13 둘째계단 06:15 1185봉 06:40 묘적봉 07:00 |
식사 07:14~07:30 묘적령 07:50 1027봉 08:05 1011봉 08:12 1102.8봉 08:35 뱀재 08:50 철탑 09:07 바위지대 09:12 흙목갈림 09:20 싸리재 09:52 1053봉(유두봉) 10:07 배재 10:20 1080봉 10:35 투구봉 11:30 촛대봉 11:36 저수재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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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으로 함께 산행하는 산님들이 몇 분 계시는군요.
죽령의 장대터널로 인해 이제는 옛길이 된, 어두움 가운데 점점이 멀어지는 가로등들이 구불어지는 고갯길로 인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그것이 우리가 지나온 길임을 알게 하며 죽령에 이릅니다. 구부러진 고갯길의 묘미는 지나온 길을 다시 한번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것이었군요
옛길 같지 않게 죽령 고갯마루에는 몇몇 상점들이 있어요. 아마도 소백산의 명성이 아직도 주변 상인들의 명맥을 이어가게 하는 것 같아요.
좀 일찍 도착했어요. 시계는 2시 20분 정도를 가리킵니다. 밖에 나갔다 버스 안으로 돌아오신 산님들이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웃도리를 하나 더 챙깁니다.
번호를 하고 출발입니다. 예전에 인원파악을 하지 않고 그냥 올랐다가, 함께 산행을 하지 못한 산님이 생각나는군요. 그분은 처음 오신 산님이었는데 주변에 이르지 않고 화장실에 갔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우리는 출발했구요. 함께하는 산님끼리의 소통은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과 같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선두대장의 뒤를 산님들이 따라갑니다. 휘몰아치는 소백산의 칼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들머리 부근은 길 가운데 간간이 얼음이 붙어있어요. 조금 오른 다음 첫 번째 쉼한 곳에서 땀이 나기 시작하여 껴입은 상의를 벗고 아이젠을 합니다. 하지만 아이젠을 하지 않은 채로 그냥 오르는 산님들도 많이 있어요.
어두운 곳을 발자국 소리만 듣고 진행하며 주변을 볼 수 없는 대간길이 때로는 삭막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걷다보면 곧 밝은 아침이 되리라는 기대감은 충분히 위안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벽의 어두움으로 도중에 길이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도솔봉까지는 큰 무리없이 진행했어요. 도중에 숫자로 이름을 가진 1183, 1286봉을 지나고, 리본들이 한 짐인 삼형제봉 옆도 지나고, 삼형제봉 내림길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을 정도로 된비알인 곳도 지났어요.
도솔봉(1314.2m)이에요. 죽령이 등고선상으로 700정도 되니 600m의 고도를 올라왔어요 시간도 3시간 정도 걸렸으니 보통 산님들의 산길 시간당 고도 200m의 공식이 잘 맞아 떨어지는군요.
도솔봉 산마루는 15평이 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곳 도솔봉의 표석은 okmt카페의 부산산사람들이 몇 년 전에 만들어 세웠지요(2005.05.08). 그런데 여기서 동쪽(왼쪽)으로 100여m 떨어진 동봉에도 검은돌로 만들어진 표석이 있어요. 우리가 처음에 오르고 부산산사람들이 하얀 화강석으로 표석을 세운 그 봉우리가 도상의 도솔봉입니다.
도솔봉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내려갑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헛걸음이에요. 오늘은 헛걸음이 생길까보아 일부러 앞쪽에서 선두대장인 꺽지님과 함께 동행을 했는데 올라오면서 왼쪽으로 빠지는 길을 보지 못하고 그냥 오던 방향대로 직진한 거지요.
지금 사용하는 gps기기는 정지해있을 때는 나의 위치가 고정되고 어느정도 진행을 해야 위치가 움직입니다. 그래서 산봉우리 오르기 전에, 봉우리에 이르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숙지하고 올라야하는데 게을러서 그냥 진행하다가 헛걸음을 하게 되었어요. 변명을 하자면 죽령에서 저수령으로 향하는 전체 구간 중에 첫 번째 부분의 방향이 남쪽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그냥 남쪽으로 발길을 들여놓은 것이기도 하구요. gps가 없더라도 봉우리에서는 휴대한 도면을 다시 한번 꺼내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하는데 이걸 귀찮아해서 헛걸음이 그 자리에 대신한 겁니다.
도솔봉에서 직진 내림길은 헛걸음입니다. 이 내림길은 경사가 급해요. 이리 내려가면 사동으로 향하는 탈출로입니다. 죽령에서 남진시 도솔봉에서는 왼쪽(동쪽)으로 향해서 100여m 내려 오르면 다음 봉우리에 또 하나의 검은 돌로 만든 도솔봉 표석이 있고 그 표석에서 1185봉까지는 동남방향입니다.
그러니까 도솔봉에서 다음 검은 표석이 있는 동봉에 이르기까지 왕복 500여m의 헛걸음을 했어요. 실제로는 400여m 정도의 헛걸음이지요.(첫봉에서 다음봉까지 100여m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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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솔봉에서 사동으로의 급경사 직진길로 잘못 들었다 해도 20여m 내려가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예각으로 꺾어 왼쪽 방향 길로 들어서면 헛걸음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진으로 향하다가 예각으로 꺾인 길을 깜깜한 밤중에 본다는 것도 의도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지요.
도솔봉에서 백두님은 원래의 대간길(도솔봉에서 동쪽방향길)로 들어섰어요. 백두님은 그쪽에 길이 있길래 내려갔다 우리 있는 곳으로 돌아오려고 했다고 그러지만 그 길이 맞는 곳이었어요. 길이 잘못된 길이라고 소리쳐 알려주어 헛걸음길로 동참시킵니다. 같이 죽자는 것이었지요. 백두님은 위에 적은 삼거리에서 합류했구요.
이 곳은 만약 북진한다 해도 헛걸음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솔봉의 동봉에서 이곳 도솔봉으로 올 때도 도솔봉 바로아래쪽(남쪽)으로 올수가 있더군요. 아래쪽이 길이 여러 갈래라서 잘 찾아야 할 것 같았어요.
이 도솔봉에서 묘적령까지 금지구간입니다. 금지구간이라는 플래카드는 도솔봉 동봉부근과 묘적령에 쳐놓았어요. 그리고 도솔봉에서 저수령으로 향하는 내림길에는 두 번의 경사 급한 계단길이 있어요. 아마도 예전에 계단을 설치하기 이전에 이 내림길이 위험해서 금지구간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어찌되었든 계단길로 내려오는데 날이 서서히 밝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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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근에서는 수도권 4050팀들과 뒤섞여 내려옵니다. 우리 선두는 앞으로 내려갔는데 두 번째 봉우리에서 첫 번째 봉우리까지 어찌 생겼는지 보려고 혼자 다녀오는 동안 후미 산님들이 또 헛걸음했을 정도로 이 주변 길들이 애매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아요. 4050팀들도 헛걸음에 동참했어요.
계단을 내려서 오르면 1185봉이에요. 여기가 삼거리처럼 되어 있는데 저수령은 오른쪽으로 향해야 합니다. 그리곤 다음 봉이 묘적봉이에요. 묘적봉에도 무슨 표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못보고 그냥 지나칩니다.
묘적봉에서 내려간 안부에서 첫 번째 작은 봉 바로 전 동쪽사면에 식사하기 좋은 양지가 있어요. 앞서간 산님들이 여기에 식사판을 벌렸어요. 식사는 혼자 다니며 먹던 버릇이 있어 간단하게 하려고 하지요. 요즈음은 포장으로 만드는 음식들이 많아서 그걸 애용합니다. 설렁탕이나 갈비탕같은 것을 전날 오후나 저녁에 구입해서 출발하기 전에 끓여 보온병에 담습니다. 보온병의 성능이 괜찮아 다음날 아침까지는 충분히 따뜻합니다. 식사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기다리는데 4050의 고문님으로 계시면서 같은 gps 카페 회원이신 마레 선배님이 후미에서 오시는군요. 60대 중반을 넘으셨는데도 여전히 미남에 동안이시군요. 아주 최신의 gps기기로 무장을 하셨어요. 한쪽 어깨엔 금년에 출시된 콜로라도를, 또 다른 쪽엔 그 바로 전에 출시된 60csx를 휴대하고 계시는군요. 성능을 비교한 후에 하나는 방출예정이랍니다. 마레선배님과 인사를 끝냈는데 산사랑11님이 운영하시는 한자카페의 회원이신 비갠오후님이 등장합니다. 이 분은 햇빛산악회에서 여포선배님과 동행으로 대간중이시지요.
식사를 끝내신 산사랑 11, 풍류객님과 출발합니다. 내려가면 묘적령인데 여기서 왼쪽길은 모래실 가는길이고 오른쪽길이 대간길이에요. 1027봉, 1011봉을 지나고 삼각점 1102.8봉이 솔봉이라는군요. 우리는 솔봉을 우회해서 지났어요. 다른 산행기에서 솔봉의 삼각점을 거친 산행기를 본적도 있어요. 그리고 봉을 하나 넘어 내려가 만나는 헬기장이 뱀재입니다. 멀리 철탑이 보인다고 풍류객님이 알려주는군요.
멀리 보이던 철탑도 지나고 삼각점 1033.5봉에서 다리쉼을 합니다. 이곳을 어느 산행기에선 흙목이라고도 적었는데 아마도 아래쪽의 마을이 흙목이라서 그 이름을 딴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지쪽에 앉으니 볕이 따사롭습니다. 이곳부터 투구봉전까지는 지금까지의 남서방향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곳이기도 합니다.
흙목에서 내려간 곳이 싸리재이고 싸리재를 지나 오른 곳이 1053봉인데 산사랑11님이 이 봉이 유두봉이라고 하는군요. 오름길에 다리가 이상해서 산사랑11님을 먼저 가시라하고 뒤에 오릅니다.
유두봉 산마루는 그 말대로 유두의 형상이에요. 아래에서 볼 때는 그냥 피라믿처럼 생겼는데 거의 정상부 바로 전까지 된비알이었다가 정상부근에는 평평해지고 산마루부분만 동그랗게 섬처럼 혼자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군요. 유두봉의 동쪽 한 지점에서는 지나온 길의 먼곳까지 전망도 괜찮은 곳인데 오늘 황사가 있어 그런지 뚜렷한 산그리매는 아니라서 카메라도 접습니다. 유두봉 된비알 오르기는 정말 쉽지 않았어요.
유두봉에서 내려선 곳이 배재이고 다시 앞쪽에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이곳도 싸리재에서 유두봉 오름만큼의 고도를 배재에서 오르는 곳으로써 산행 마지막 무렵이라서 힘이 듭니다. 일단 이곳을 올랐다면 이후로 투구봉까지는 그렇게 심한 고도차이의 지형은 아니에요.
저수재에서 예천쪽으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길과 그 옆에 옹기종기 모인 마을하며 훤히 트인 투구봉에 오니 산사랑11, 풍류객님이 기다리는군요. 오래 기다렸어요. 여기서 산사랑11님의 떡을 얻어들고 다리쉼을 합니다.
촛대봉은 바로 앞에 보이는데 투구봉에서는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는군요. 촛대봉 그 바로 아래 저수재까지 일사천리로 내려갑니다.
저수재에선 오늘 처음 나오신 나도야님과 안토니아님이 안주거리를, 하마님이 술을 준비하셔서 많은 산님들이 뒷풀이를 잘 보냈지요. 즐거운 뒷풀이 준비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