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백두대간

16 조령산(이화령-조령산-하늘재 (07.12.02))

낙동 2007. 12. 17. 13:26

07. 12. 02

 

산에 드는 날 문경의 오전 강수확률 30%, 오후 강수확률 70%

대간 중에 암릉이 많기로 소문난 이곳을

눈이나 비와 함께 하는 일은

진행하지 못할 바는 아니더라도

위험요인을 안고 산행을 하는 부담이 없을 수 없지요.

 

 

이화령 휴게소 앞의 이른 새벽은 우리 버스 외에

한 대 더 주차중이었는데

바람은 불었지만 지난번 은티마을보다는 차갑지는 않았어요(03:00)

 

 

문경 쪽으로 향해 들머리를 통과하여 허릿금으로 진행하고

어느새 마룻금 고개를 통과하고 진행했지만

그 이후로도

조령샘에 이르러서야 또 허릿금으로 진행한 것을 알게되고

쉰 새벽에 물맛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한 모금 하고(03:53) . .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산행기를 쓰는 오늘은 두 권의 책을 구입했어요

일견하여 저자들이 어찌 보면 서로 다른 삶을 지낸 것처럼 보이는

하나는 ‘즐거운 나의 집’ 또 하나는 ‘D에게 보낸 편지’에요

 

 

세 번의 이혼과 세 명의 아이를 거느린 미모의 작가와

작가 김훈이 ‘아 나는 언제 이런 사랑한번 해보나’라고 서평한

한평생 아내와 살다가 동반해서 목숨을 끊은 프랑스의 지성

 

 

서평이사 어찌되었든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모든 세상 사람처럼

두 분 다 부부간에 그리고 세상과의 동행에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 터이고

두 분 다 가장 현실에 최선을 다 해

한 분은 살다 가고, 또 한 분은 살아가는 중일 것이라고

너무나 막연하게

 

 

모든 부부가 위의 지성처럼 함께 사랑을 나누면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세상 모든 부부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안이 되고

대조적으로 세 명의 씨가 다른 자식들과 살면서

즐거운 나의집이라고 세상에 대고 외치는 작가의 치열한 긍정 또한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좀씨들에겐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일인지

 

 

조령산에 이르고(04:22)

신선암봉(05:28) 전후해서는

로프와 반들반들한 날등과 반석같은 마당바위와 바람과

함께하고

 

6시는 아까 넘었는데 아직도 어두움은 꼬리를 내리지 않고

꾸물꾸물한 날씨 탓일 거라고 누군가 일러주고

 

한 번에 긴 로프구간이 대야산만은 못하지만

그 자짐은 대야산아 저리 물렀거라 하는 신선암봉

마지막 바우 내림 길은 한 키 약간 넘는 직벽구간

 

 

깃대봉 갈림 전봉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는 봉이사

따라가지들 말고 그냥 쳐다만 보소 예

그냥 밋밋한 왼쪽 길로 가서 만나는 잘룩고개 거기는

새재와 깃대봉 갈림이라오

 

30%의 일기예보대로 싸락눈이 내리는구려

바위구간 지나왔는데 이제사 함박눈이면 어떻겄소(07:43)

 

 

3관문 새재에는 약수도 기다리고

3관문 새재에는 식사도 기다린다우(08:09)

 

이슬이에 도라지술에 정신이 얼큰해지고

휘청이는 다리 떼어 떠나봅시다 그려(09:00)

 

 

바위 지나 마음 놓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마폐봉 가는 길은 된비알에 숨이 허허헐떡

아이구 힘들어라 된장(09:38)

 

 

오늘은 날아가는 바위꾼들 3조에 묻어가면서

입만 내밀고 주는 것만 받아먹으니 염치도 수준급이라

오늘만 날이더냐 위안에 또 자위에

 

 

동암문 부근에서는 백두산님 바람처럼 약초를 캐니

혹여 서방님 다칠세라

그만 내려 오소 예~ 매화님

 

 

주흘산 이정표 흘깃하고 오른 부봉은 날씨만 좋았다면

헛걸음 암만해도 내 억울치 않았을 틴디

3조 산님들 곱빼기로 미안헙니데이

 

 

아래는 변명입니다요

 

예전에 1관문에서 주흘산까지만 가본 적이 있는지라

동문들과 함께한 산행에서 친구와 친구 마눌님 덕분에

다른 동문들 다 가는 부봉엘 몬가고 거기서 죽치다 내려왔었는디

 

 

이번 산에 들기 전에도

부봉과 주흘산 갈림은 일직선상에 위치한다는 . .

부봉을 거쳐 진행하면 거기 어디쯤에 주흘산 갈림이

있을 것이라는 요상한 선입관땜시

폼으로 갖고 다니는 지도와 나침이가 되고

mp3에서 꺼낸 받데리를 써도 금새 나가버린 얼어죽을 쥐피에쓴가

먼가땜시도 . . .

 

헛걸음을 보태지 않고서는 목적지엔 얼씬도 할 수 없는 날이었는지

이상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였슴다.

 

 

부봉은 그림처럼 대간에서 떨어져 있습니다요.(11:35)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안올라가도 그만인 부봉 오를시엔 없는 진까정 다빠졌는디

부봉에서 동화원으로 가는 도중

독수리투님 보이덜 않는다고 . . 발자국이

두 번째 언급할새 정신이 번쩍

나침이 새로 보고 돌아갑시데이

 

 

부봉에서 내려와 주흘산 이정표 확인 사살허고

장독대 안고 도는 듯한 바위들을 지나(12:37)

959봉을 거쳐 된비알 내림끝 평천재에 이르고

탄항산에 오르고(13:53)내리고

바위 바위 굴바위 밧줄을 마지막으로 잡고 내려

모래 넉넉한 모래산을 넘으니

거기가 현생과 이생의 가운데 하늘잽니다요.(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