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지리산

지리산 (백무동-중산리)

낙동 2010. 11. 14. 14:46

2010. 11.12/13

맑음

 

03:25 버스정류장
03:45 탐방지원소 출발
04:50 참샘
05:12 소지봉
05:46 망바위
06:26 장터목산장
07:16~26 식사
07:45 제석봉 전망대
08:17 통천문
08:33 천왕봉
09:09 개선문
10:00 법계사
10:55 망바위
11:20 칼바위
12:00 탐방지원소
12:30 주차장

 

13km-8시간 15분(중산리 탐방지원소)

15km-8시간 45분(중산리 주차장)

 

 

 


 

오랜만의 무박산행이다

더욱이  금년 지리산 첫 산행이다


백무동 하늘의 별들은 언제든지 툭 툭 떨어질 기세다.


공원관리자의 안전사고 유의와 불조심 당부를 듣고 3시 45분 산으로 든다

(어제 공원사무실에서는 새벽 5시까지 출입을 통제한다고 들었는데 . .)


사위가 어두운 이 시간엔

그저 발밑과 랜턴에 집중하며 앞사람만 따른다.

하동바위와 참샘을 지나고 소지봉에 이른다

 

 



소지봉 이정표 옆으로 창암산으로 향하는 소로가 눈에 들어온다.

소지봉까지는 계곡길이라서 마치 돌밭을 거니는 것 같다.


앞에 가시는 아주머니들이 말을 주고받는데

A   나는 오래 살았으면 해

B   나는 건강하게 살았으면 . .

A   그래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 .

나  잘 죽었으면 . .


 “인생은 아름다워”의 할아버지 돌아기시는 거 보았냐고 묻고

나는 그처럼 잘 죽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건 김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그림일거야.


이후 돌밭은 벗어났지만 그래도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른쪽 저 멀리 장터목이 보일 즈음 등 쪽의 통증이 시작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수축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옷을 껴입고 다시 걷는다.

 

 

 

 

 

장터목산장엔 어스름 새벽이 걷히고 있다

 

취사장에서 약간의 간식을 들고 밖으로 나와 연화봉 쪽으로 향해서

동쪽이 훤히 터진 곳을 찾는다


새벽 별들의 반짝임만으로는 정말 날씨가 좋을 거 같았는데

그것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어디서 달려왔는지 구름이 잔뜩이다.

gps에서 오늘 일출시간은 07시 01분을 가리킨다

아직 20여분 남았다.

여름 반팔 위에 긴팔 그 위에 화학사가 든 얇은 잠바 위에 다시 하나를 더 걸친다


출근 시간 매일 보는 해오름이나 다를 바 없겠으나

높은 데서 맞는 해오름이라서 더욱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명이 더욱 기다려지는데 오늘은 저 앞의 구름들이 대신한다 

 

 

 


해가 구름 사이로 반짝이며 올라오는 것을 담고 취사장으로 돌아간다

아침식사를 든다


보온 밥통의 제일 아래에 국, 그 위에 밥과 떡, 그리고 그 위에 반찬그릇이다

밥과 떡을 약간 덜어놓고 국에 만다

아직 온기는 있는데 보온병은 온기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세월이 흘러 이 녀석도 노화가 진행되는 건지 . .


식사를 들고 짐을 싸는데 . . 옆집에서 물을 끓이는데 처음 보는 장비다

알파인 폿으로 넷에서 한 6만원 한단다.

 

 

 


제석봉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서서 뒤돌아 보면

동쪽으로 연결된 산줄기와 반야봉이다

 

 

 

 

 

 

 

 

 

 

제석봉 이정표 옆에는 전망대가 들어섰는데

전라도 말씨의 두 분 부부와 증명사진을 주고 받는다


천왕봉으로 향하면서 그리고 중산리로 내리면서 같이 갔는데

이들은 관악산 아래 살고 있으며 오늘이 초행이다

날씨가 이렇게 좋아 얼마나 다행인가

 

이들은 종주를 염두에 두고 왔는데

생각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이 못내 서운할 정도로 평소에 산행을 많이 한 것 같다


산에 와서 좋은 것 중의 하나가

모르는 사람과의 스스럼없는 대화다

산이 하나되게 해 줌도 있겠으나 서로의 이해관계와 관계없음이 아닐까

 

통천문 지나 북사면 부근에 얼음이 있어

함께한 이들이 힘들어 한다

폴이라도 있으면 좀 수월히 지났을텐데


천왕봉으로 오르는 도중 다시 통증이 오는 것 같은데

이전만큼은 심하지 않다

예전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금년 한 번의 야영이 몸적으로 한 해를 더욱 힘들게 한다. 

 

 

 

 

 

 

 

 

천왕봉에 올라 복잡해서 사방을 볼 틈도 없이 내려간다

학생들이 올라온다


몇 학년이니

중 1이요

학교는

성남 이오중학교요

 

그래 예전 여기 대간 땜방할 때 연하천 부근 명선봉에서 이들 선배들과 만났었다

그들은 부모님 중 한분과 함께 대간을 한다


몇기니

6기요

저는 5긴데 땜방이에요


내려가면서 후미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천왕봉 등정 축하해

네 고맙습니다


앞선 전라도 부부와 만나 바위에서 간식을 든다


제거 뺏어 먹지 마세요

그리고 가져 온 고구마를 나눈다

떡을 주는데 소화 때문에 사양하고 포도 한 알 입에 넣는다

 

천왕봉에서 한시간 쯤 내려온 지점인데 남해바다와 금오산이 눈에 들어온다

저 금오산 남쪽 남해대교에서 출발하면 북쪽으로 옥산까지 연결되고

낙남에 속한 옥산에서 이곳 지리산으로 연결된다


이제 배낭엔 아침에 남긴 떡과 약간의 밥이 남았다

처음에는 무거워서

내가 옷을 많이 가져왔지 . . . 물을 많이 담았지 . . 웬 아이젠씩이나 등등 속으로 궁시렁도 많이 했다


딱 알맞은 짐이 세상에 있을까


과유불급에 대해서 제자가 물었는데 공자왈

지나쳐도 모자람도 다 부족함이다

지나침도 모자람도 이것들을 초월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거 아닐까

 

 

 

 

 


 

 

전라도 부부중 한 분의 자제분이 이번에 수능시험을 치른다

법계사에 이르러 시주를 하러 대웅전으로 향한다


시주 많이 하세요

아니오 자기가 할 나름이지요

일주문만 있는 거 같다


불이문은 대웅전 법전 바로 앞에 세우는 문으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일주문 사천왕문과 함께 규모가 큰 사찰은 3문을 갖고 있다

불이(不二)는 진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삶과 죽음이(生死) 둘이 아니며, 있고 없음(有無) 또한 서로 다르지 않고, 現在와 未來가 둘이 아니라는

절대평등의 경지를 드러내는 말이다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_허균)


법계사 옆 로타리산장 앞의 화장실에 들러

큰 길로 내려가다가 gps기기를 보니 계획선 옆으로 뻗어나간다

내려오시는 산님에게 물어보니 중산리 가는 것이 맞단다

아니지 하며 다시 올라가는데 아까 그분 일행도 뒤에 내려오면서

이 길이 맞다고 한다


화장실 앞에 올라와 보니 그 길은 순두류계곡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 길도 중산리로 향하는 길은 맞다

그런데 능선보다 2km 이상 멀리 도는 길이다

중산리는 법계사 바로 맞은편 능선길로 향해야 한다


지금 회사 처음 와서 직원들과 함께 이곳에 온 게 지리산 첫 산행이었다.

15년 세월이 흘렀다

그 때 성삼재에서 노고단 오르는 길이 힘들어 돌아가고 싶었다

2박 3일로 벽소령, 장터목에서 잤는데

내릴 때는 장터목에서 계곡으로 놀민놀민 내려갔었다

그래서 오늘 법계사 길도 초행이다

 

 

 

망바위 칼바위를 지나 올라오시는 분들과 우스갯소리도 하면서

중산리 도로 전 취사장에서 식사를 든다

 

아까 법계사에서 먼저 내려섰던 부부가 계곡에서 씻고 오느라

이제사 내려온다


식사를 들고 아스팔트길을 걷는데

주위가 파스텔톤의 단풍이다

 

 


부부가 가게에서 술을 들면서 한잔 하시라고 하는데 사양한다

금년에 한곳의 통증은 여러 곳으로 뿌리를 내렸다

한 번의 폭음도 거들었지만 그 중의 하나가 위궤양이다

소염진통제는 위벽을 약하게 하는지 위산을 많이 내게 하는지 . .

 

길을 버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중에

감을 거는 아낙의 손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