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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낙동 2010. 8. 14. 13:45

 

 

정치권력은 만능이 아닙니다. 최고 정점도 아닙니다.

진짜 권력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시민권력입니다.

각성하는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시민권력입니다.


노무현의 민주주의론은 권력과 시민의 관계에 대한 것이며 한마디로 정리하면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한다.”


지배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정치권력을 비판할 수도 있지만

직접 정치권력에 참여하거나

정치권력 전체를 장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했습니다

전제는 혁명이 아닌 선거, 투표로 해야 한다고요


정치권력은 기본적으로 정보와 공권력, 그리고 돈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고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권력은 시민들의 머릿속에 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대연정

당 지도부와 핵심 장관들하고는 다 의논했어요.

그중 몇몇은 참 내가 얘기할 땐 아무 말도 안하고 침묵하고 있었는데 . . .


모아놓고 얘길 했어요.

전략으로서 여러 가지 논의를 했는데 한마디 말이 없이 가니까,

뭐 내 마음대로 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라, 마라 말이 있어야 내가 뭐 어떻게 할 건데 . .

하라는 말도 안하고 안하라는 말도 안하고 알아서 해라 이거지.

그래서 알아서 했지요.


듣고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은 난 별 의견이 없다. 이거거든요.

그래 놓고 몇몇은 나중에야 왜 너 알아서 했냐. 이래 된 거죠.


사실 연정과 합당은 전혀 다른 것인데, 그 당시에 연정과 합당을 같이 묶어 버리더군요.

그런데 아무도 수습을 안 해주더군요.

그래 아이고 몸조심이나 하고, 그렇게 생각했죠.


나한테 모순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나는 대통령에 당선될 때부터 민주당 시절부터 연정구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중략 . .

총리를 다수당이 맡고, 실질적 권력을 가져가고, 국군통수권 등 헌법상 부득이한 권력과 몇가지 대외적 권력,

그리고 의전적 권력을 내가 행사하는 것으로, 그러면서 이제 타협의 정치를 한번 해보려고 한 것이죠.


나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은 마음이 안 그렇겠지만 내처지에서는 내 정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역사라는 건 계기가 중요하고 국가라는 것은 제도가 중요한데,

내 정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봐서 통 크게 한번 하려고 한 것이죠.


웃기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사실 내가 이인제씨를 이기기 위해서 하다 보니까 대통령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가 분노한 것은 이인제씨의 행로 자체가 아니라 반칙을 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었다.

또 지도자가 그렇게 만들어졌을 경우 그것이 국민들에게 끼칠 영향을 두려워한 것이었다.

지도자 또는 지배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윤리의식, 가치 형성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게 되 있어요.

그 윤리와 가치의 핵심이 신뢰입니다. 신뢰.


이 신뢰가 굉장히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의 행동에 따라 그 사회 신뢰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약속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기능적인 기대도 다 배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정치에서 서로 대화도 잘 안되고 조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도 한 몫 하지만 신뢰의 문제가 굉장히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인의 기회주의가 그 신뢰 파괴의 주범이라고 했다.


정치인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대세에 편승해서 상황과 민심에 편승해서 표만 받으려는 사람이 있고,

역사의 진보에 꼭 필요한 전선에 마주서서 상황을 돌파하고 때로는 민심을 새롭게 일으켜서 이끌고 가려고 깃발을 세우는

그런 정치인이 있습니다.

나는 역사에서 적어도 지도자가 될 정치인이라면 후자여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여론이라고 할 때 그것은 그때그때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민심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 시기 출렁이는 여론의 바탕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또 하나의 국민들의 의지와 정신이 있다.

그것을 우리가 좀 크게 보아서 민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야 대선후보가 정동영, 이명박 후보로 확정된 10월 말 인터뷰에서는 . .

이쪽 후보는 연설은 잘하는데 감동이 없습니다. 그 후보의 삶과 행적이 감동을 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 .

아버지 돈 떨어졌다고 아들이 대접 안하고, 사장 돈떨어졌다고 전무가 회사 부도난다 빨리나가라 하고,

그러니 감동이 있겠습니까 ?

이쪽에서 강력하게 이런 사회를 한번 만들어보자 그런것이 있습니까 ?

 

그러나 이명박후보는 기대를 주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청계천 등을 바꾼 사람이니까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국민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할 수 있을까 ?

노 대통령은 당시에 회의적이었다.

그가 구시대적 CEO 출신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뢰를 주지못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노대통령은 당시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과연 이명박씨가 해결할 수 있느냐?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은 전 국민을 대표하는 권력이고, 시장권력은 시장에서 승리한 강자들의 권력입니다.

시장권력은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대변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정치권력이 시장권력보다 커야 된다는 것은 명백한 것입니다.

결국 궁극적인 권력은 정치권력이라야 합니다.

정치권력은 이론상 국민주권이니까 전 국민의 권력이거든요.


언론은 전통적으로는 정치권력을 견제하면서 자라났습니다.

시장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본시 별로 역할이 없었어요.

정치권력에 맞서 견제하는 시민권력이었거든요.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분명히 시민권력으로서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역사적 업적을 남겼는데,

지금 와서는 그들이 시장권력과 결탁해버렸어요.

 . . .

그런데 언론권력이 시장권력과 결탁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체가 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광고 갖고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언론 자체가 미디어 산업이 돼버렸지 않습니까 ?


정치인의 소망은 자기의 가치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대해서 평가를 받고 싶어 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정치인의 소망이지요.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지요

지금도 후대의 역사적평가도 잘 받고 싶은 것이지요

그런데 그 두 개의 평가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이 발생하지요

그럴때 결국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사람은 결국 역사의 평가를 선택하게 됩니다.


역사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지배와 예속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역사에서의 핵심적인 주제는 지배 그리고 예속에서 발생하는 제반 갈등의 문제이고

모든 것의 근원이 거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어느 때부터 권력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에서 인간이 권력을 만들었고 권력을 창조하고 사람에게 그 권력을 위임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옛날에는 누구든 지배자가 된 사람은

그 권력의 정당성을 사람들한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근거를 대게 되는데 그것을 하늘에서 찾았죠.

권력의 근원을 사람의 위임에서 찾지 않고 하늘에 위임해서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이제 권력이 사람으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게 권력의 사유화 과정이라고 봐야겠죠.

권력의 사유화 과정이 생기면서 지배가 만들어진 것이죠.


권력의 필요성은 지금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죠.

그러니까 인간은 끊임없이 한편으로는 권력을 위임하면서

그것이 이제 하늘의 뜻이 아니라 국민에게 기초해 있다는 것을 서서히 확인해왔습니다.

그것을 선언한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근거해서

권력의 행사는 용인하되 권력에 의한 지배. 권력의 사유화를 무력화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온 것입니다.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하는 노력이 민주주의의 역사라고 봐야죠.



보수와 진보

그럼 보수는 뭐고 진보는 뭐냐 ?

보수는 이런 겁니다

세상은 강자가 지배하는 거야. 무슨 소리들 하고 있어.

보수를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습니다.

모든 보수는 우수한 사람, 잘난 사람, 힘센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똑똑하지 못한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 힘없는 사람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있어라.

그러면 되는데 왜 자꾸 시끄럽게 구느냐.


그럼 진보는 뭔가 ?

진보는 “그게 아니올시다.“ 입니다. 진보는 보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게 아니고요. 그건 기회를 평등하게 해주고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면 우리도 다 잘할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 하십니까. 권력도 나누고 평등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자에게 맡겨라. 이 말은 보수가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진보는 이렇게 말하지요. 지배하지 말고 합의해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