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맑음
2011.1.29
1011 출발
1118 전망대
1135 계방산
1252 제2야영장
1256-1319 식사
1340 버스
11km 3시간 30분
김제동은 산에 대해 다시 얘기를 건넨다.
이번엔 여성에 비유하는데
봄 산은 온갖 나무들이 푸릇푸릇 새닢으로 멋 부린 아가씨 같고
여름 산은 글래머러스한 처자요
가을 산은 간밤 천둥번개와 서리서리를 다 안고 피어난 국화같이 아름다운
중년의 우리 누님 같고
겨울 산은 . . . . 겨울 산은
온갖 것 다 내던지고 벌거벗은 채로 서있는 나목 같은 우리 엄마 같다고 . .
그 젊은 친구가 어쩜 이렇게 생각이 자유자잰지 . .
그의 트위터의 아뒤는 영문으로 된 금강경이다.
다시 운두령이다.
누구에겐 벌거벗은 나목의 엄마 같은 겨울산은
나에게 칼바람 뒤에 숨기고 밝은 웃음띤 겨울산일 뿐이다
도중 휴게소에서 신발바닥에 핫팩을 집어넣었다
더해서 커다란 라이타에 기름 넣고 불을 켜는 손난로들을 양쪽 주머니에 장착했다.
지난 덕유산 산행에서 발, 손가락 끝의 감각이 잠간씩 외출하는 통에 . .
김제동이는 이 겨울산을 와보기나 했을까
계단 위의 하늘은 쿨한 하늘빛이다
어찌 서두르느라 아이젠도 생략하고 오른다
그런데 그거 없이도 다져지고 다져진 산길은 오를만하다
더욱이 폴이 양손 안에 있음에랴
얼마 못가서 애물단지 폴은 접어서 넣는다
당췌 손에 잡을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 손이 곱을바에야 하고 폴을 접고
대신 아이젠을 한다.
그냥 추워 빨리 걸어 열을 내고 싶다만
일열로 늘어선 많은 산님들 뒤를 시냇물처럼 졸졸 따라간다
그렇게 앞선 산님들 의지대로 따라가다가
틈만 보이면 앞서나가 전망대와 계방산에 이른다
예전에 두로봉에서 예까지 와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 되는 저 쪽을 바라보고
하루에 참 많이도 걸었다고 중얼거렸었다
오늘 짧은 코스는 계방산 아래쪽 계단으로 내려가는 능선길이고
긴 코스는 비로봉 쪽으로 향하다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계곡길이다
칼바람을 피해서 계곡 쪽으로 향한다
계곡 갈림점 고개에는 비로봉 쪽에 금줄과 함께 출입금지구역으로 되어 있다
고개에서 약간 내려가니 좌우로 많은 산님들이 식사준비를 한다
따뜻한 남사면의 양지쪽이라 식사하기에는 딱이다
일행들이 여럿인 분들 속에서 혼자 식사하려니 좀 그래서 시간을 보니
아직 12시 전이라
걍 내려가서 들기로 한다
법륜스님의 금강경이야기속의 금강경은
집착을 버리라고 알아들었다
나의 번뇌와 망상을 복리로 부풀리는 네 가지 물건들이 있는데
나와 우리와 무엇을 좋아하는 것과 오래사는 것이라
나는
내 생각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가진 것이 내 것이라는 것
우리는
나와 네가 우리가 되는데 거기서 편을 가르고 구분하는 것
좋아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은 무조건 옳다는 생각
그리고 장수하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집착들을 버리라고 한다
이게 어디 나한테 가당키나 한 이야긴가
나는 걍 중생할란다.
제 2야영장으로의 내림길에는
개울물이 간혹 넘쳐서 길이 얼음판이 된 곳 몇 곳을 제외하고는
길들이 좋고 편하다.
1시 10분 전에 야영장에 도착이다
어디 밥 먹을 데 없을까하고 눈굴리니 하얀 텐트들이 있는데
문이 지퍼로 되어있어 그리로 든다
한쪽에 구멍이 뚫렸지만 훈훈하다.
식사를 잘 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