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림-천왕봉-중산리
2012. 07. 22(일요일)
안개, 비
17.5km 9시간 57분
0634 거림출발 0641 탐방안내소
0741 천팔교 0750 북해도교
0853 세석교 0932 세석산장
1015 출발 1145 연하봉
1204 장터목 1249 출발
1342 천왕봉 1404 천왕샘
1450 법계사 1522 망바위
1604 중산리 탐방휴게소 1631 중산리 버스정거장
하룻밤을 지나고 아직도 허리가 뻐근하다
작년 6월초 거림-중산리를 고딩 교우회 따라 갔었는데 근 1년만이다
그 때는 전날 거림에서 1박하고 다음날 산행을 했으나
이번엔 무박이고 . . .
사당에는 10시 30분쯤 도착했는데 11시가 넘어서도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다
그동안 호남 이후 오랜만에 구봉님을 만나서 근황을 나눈다.
나야 정말 오랜만의 산행이지만
구봉님은 호남이후로도 계속 산행을 이어왔으니 그 열정이 부럽다.
오늘은 낙남의 어느 지맥을 가신다고 한다. . .
그리고 좋은 사람들에서는 그동안 버스를 두 대나 샀는지(?) 운영하고 있다니
운영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빛을 발했던 모양이다.
적토마대장과도 오랜만에 인사를 나눈다.
버스는 사당, 양재, 신갈 순으로 산님들을 모시고 성삼재로 향한다.
구례에 이른 다음 성삼재로 오르는 버스가
회전하는 좁은 구간에서 덩치를 어쩌지 못하고 섰다 가다를 반복한다.
뒤에도 버스가 따라오는데 마음이 불안하다
어찌어찌 성삼재에 이르렀는데 예상시간보다는 일찍 도착했다.
대장에게 거림 출발이라고 말씀드리고 버스에 다시 승차한다.(03시 30~40분)
버스는 거림으로 향한다
성삼재에서 거림으로 향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다.
심원과 달궁과 뱀사골입구를 지나 마천, 금서, 밤머리재를 지나고
중산리다.
목적지는 거림인데 네비를 잘 못 찍었다.
다시 거림으로 가고 . .
거림 도착이 6시 30분 정도 되는 것 같다.
네이버 지도에서 보니 오던 길로 돌아내려가 구례 경유하여 남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북쪽으로 도는 것보다 30여km 정도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
시간은 비슷하고 . . .
(성삼재에서 큰 버스를 돌리기가 어려웠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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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가 요란하다.
몇 번 지났던 코스라서 익숙하고 호젓한 산길이다.
출발 전에 갈등을 했었다
성삼재에서 그냥 주욱 종주를 할까 생각했었지만 . . .
차선책으로 종주하다가 세석에서 내려갈까도 생각했었지만 . . .
그래서 경유지별 통과시간을 준비했었지만 . . .
오랜만의 장거리 산행이고 도중에 식사준비하고 그러는게 너무 빠듯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장거리 산행하는 게 자신이 없었다.
거림-중산리는 그래도 제 시간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나 하고 이 코스를 선택했다.
날씨는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
주변엔 병조희풀, 비비추가 봉오리를 터뜨리려고 망울져있다.
산죽 밭 아래 계곡 쪽으로는 지리터리풀의 진한 분홍색이 다시 쳐다보게 한다.
그 옆에 꽃며느리밥풀꽃까지 . . .
그냥 무심하게 한발 한발 걸었다.
오른쪽에서 내려오는 작은 지곡의 물을 떠 세수도 하고 땀도 닦고 먹기도 하고
손을 한참동안 물 속에 담가보니 찬 기운이 스민다
이제 개울 물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다리를 하나 지나고 둘 지나고 . .
고도를 어느 정도 오르니 다시 물소리가 들리는데
오른쪽 계곡의 규모가 약간 커진듯하다
그리고 이슬비가 내린다
이슬비는 세석까지 이어진다
아침산행에 허기가 질까보아 떡집에서 파는 작게 나눈 인절미는 아니고
7~8개의 길쭉한 덩이로 나눈 인절미를 동네에서 구입했었다
중산리 가는 버스 도중에 미리 들고 속을 채웠다
그런데 오르는 도중에 허기가 진다.
준비한 매실차를 마신다.
달큰하고 새큼한 매실은 속을 좀 든든하게 하는 것 같다
삼신봉이 조망되는 전망대에서
세석에서 내려오다 쉬던 일행 중에 여자 분이 아는 체한다
“ 어제 천왕봉에서 본 분 아니냐고”
일행중에 남자분이 거든다 - 지금 올라오시는 분이라고
서로 웃고
어제 오늘 날씨 좋다고 여자 분이 말씀하신다
그래요, 그래도 조망은 꽝이네요 ㅋ
음양수 갈림점을 지나고
세석 음수대쪽으로 향하는데 들꽃들이 오르는 도중보다 훨씬 탐스럽게 보인다.
세석평전의 아늑하고 따뜻한 기운이 이들을 이렇게 살찌웠나 싶다.
세석산장은 안개 속에 머물러있어 사진도 뿌옇게 나왔다.
코헬에 물을 받아서 식당으로 향한다.
버너에 물을 끓여 데우려고 햇반 2개와 인스턴트 카레와 짜장을 각 하나씩 준비했다
그리고 김치
식당 안쪽에서 식사중인데
바깥쪽에 앉았던 처자가 다리가 아픈지 스프레이 파스를 뿌린다
스프레이파스의 파편들이 바람에 밀려 안쪽으로 들어와 한 소리 했다
세석을 떠나 길을 나서는데 노오란 원추리가 여럿 피었다
그리고 긴산꼬리풀, 동자꽃, 노루오줌, 꿩의다리, 산오이풀, 말나리, 모시대 등
이제 여름들꽃들의 시절이다.
아직도 비는 계속 내린다.
장터목까지 비는 이어지다 끊어지다 한다.
연하봉 바위봉까지는 오르내림을 포함해서 거의 오름길이 우세하고
그 이후로는 장터목까지 내림길이 우세하다.
여기서 돌양지꽃, 범꼬리를 만나고 . . .
장터목산장도 안개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이나
부는 바람 덕분인지 구름인지 안개를 벗겨 순간적으로 세석보다는 약간 선명하다
장터목에서 그냥 출발하여 로타리산장에서 식사를 들려는데
아무래도 속을 채우고 진행하는 것이 나을 꺼 같아 다시 음수대로 향한다
산희샘의 물은 졸졸 나온다
작은 펫트병 하나를 갖고 기다리는 사람,
코헬에 물 받아 밥하려는 사람 등이 줄을 서 있다
나도 코헬에 햇반 하나만 끓이면 되니 가득은 필요없는데 . .
뒤에 줄선 사람이 한마디 하신다
펫트병 하나정도만 물을 받자고
밥을 어찌하지요 물으니/사서 먹으란다
말다툼을 하지 않고 내가 받을 만큼만 받아서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들고 있는데 옆에 계신 분이 따뜻한 밥을 더 드시라고 거의 강권이다
남은 음식인 것 같아 그냥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기어코 밥을 떠주신다
그런데 그 밥을 들어 그랬는지 든든한 배는 중산리까지 도움이 되었다.
밖에 나와보니
익숙치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물어보니 산정대장이다
벌써 왔다.
연하천 4시간(12.6km), 세석 4시간(9.4km), 중산리 4시간(10.2km)이라고 했었나 ?
하여간 준족이시다.
천왕봉으로 향한다.
비는 오지 않으나 제석봉 전망대 부근쯤에서 비가 오신다.
다시 비옷을 걸치고 벗고 . . 오늘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도중, 통천문 이전 안부엔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이 구름을 벗겨 잠시 파아란 하늘을 본다
그리고 길섶에 술패랭이 . . . 돌양지꽂
천왕봉으로 향하는 계단엔 반대쪽에서 내려오는 아낙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 중에
천왕봉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고 . . .
표석에서 혼자 독사진이 쉬운 일이냐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
천왕봉 아래쪽에는 이제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올라와있다
아마도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문들인지 . . .
그리고 한 사람씩 약간 높은 바위에 올라가 큰소리로 자기암시를 한다
“나는 서울대를 가고싶다
나는 서울대를 간다
나는 서울대를 갈 수 있다“
여기에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전부 서울에 있는 학교다
증명사진을 찍고 딸네미에게 보내니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고 난리다
다른 아빠들은 살을 빼기위해 고민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 .
잠시 숨을 고르고 중산리로 향한다.
내림길에는 산길 돌계단을 만드느라
일요일도 없이 아저씨들이 고생하신다.
천왕샘에는 바위로 흘러 스미는 물이 예전보다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어제 오늘 내린 비가 한몫했는지 . . .
한 입 떠 먹고 . . .
법계사에 이르고
화장실에 들렀다가 다시 출발이다.
망바위는 보았는데 어찌 칼바위를 못보고 지나쳤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나보다.